새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꿈이 꿈틀댄다. 봄에는 새싹이 푸릇푸릇해지고 세상이 약동한다. 그러다 꽃이 피며 세상에 꽃내음이 진동하고 화창한 날 청춘남녀는 흥에 겨워 꽃길 위에서 젊음을 만끽하고 결혼한 부부는 애들 손을 잡고 정답게 놀이공원을 향한다. 그러다 초록이 푸르름을 더하고 더워지면 땡볕을 피해 그늘을 찾고 휴가철에는 계곡이나 바다가 피서객으로 발딛일 틈이 없다. 그리고는 조금씩 서늘해지며 가을을 맞이한다. 산은 울긋불긋 단풍이 들 때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그 후 찬 바람이 불어 낙엽이 수북 쌓이며 깊은 동면에 들어가는 게 자연의 순환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 주일 전에는 친구 몇 이서 북한산 단풍산행을 갔다. 단풍코스로 가는 버스는 꽉 차있어 탈 수도 없었고 택시도 잡히지 않아 포기하고 단풍이 없는 다른 코스로 갔는데 거기는 빈 택시가 있어 택시로 단풍 코스를 향했다. 단풍이 울긋불긋한 코스는 몇 주 후면 보지 못할 단풍의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산이 북적였다.
단풍이 울긋불긋한 모습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눈요기도 하며 돌아와서 찬찬하게 나의 삶을 떠올려 보았다. 이제 환갑을 앞둔 나의 나이가 단풍이 울긋불긋한 지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10대와 20대에 새싹이 푸르렀고 30대와 40대에는 초록이 푸르름을 더하고 50대를 지나면서 삶 속에서 연륜이 무러익으며 단풍이 드는 모습은 일출 못지않게 고상하고 은은한 낙조의 아름다움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단풍이 울긋해지는 삶의 시간에 인생을 정리하는 마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삶에 대해 누구보다 당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출세'라는 것만이 성공의 잣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유한한 삶 속에서 진정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누가 더 많이 했는지를 놓고 본다면 출세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순서가 바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이 세속적으로 정한 가치를 쫓다 보면 남의 인생을 살다가 가는 수가 있을지 모른다. 일류 대학을 나와 일류 직장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고 높은 연봉을 받으며 많은 재산을 소유한다는 건 진정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이지만 스스로 깊은 만족감 내지 행복감을 느끼는가 하는 요소도 함께 고려될 수 있어야 하리라 본다. 왜냐하면 누구나 찬 바람이 불면 곧 낙엽이 되어 뒹굴 운명에 처하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