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조건

by 최봉기

가정이 있고 어언 환갑을 눈앞에 둔 나에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동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면 무척 당혹스러울 것 같다. 나 자신도 20대 때 순수한 마음 하나만으로 한 이성을 꽤 사랑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면서 병역도 마치지 않은 상태라 결혼 조건이 최악이었음에도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벌써 35년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나도 그런 때가 있었나 싶다


지금은 내 자녀들이 그 나이인데 순수함 하나만으로 결혼이라도 하려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그 결혼의 승낙 혹은 반대를 놓고 무척 고심할 것 같다. 어느 부모나 할 것 없이 자녀가 결혼할 상대라고 누군가를 집에 데리고 온다면 최종 의사결정 기준은 과연 행복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그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돈과 능력 그리고 사랑이 고려될 것이다. 우선 상대방 집안이 부잣집이라면 가난한 경우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자칫하면 그게 갈등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가족 관계는 어떠한지 알아볼 뿐 아니라 두 사람이 현재 좋아하는 사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 사랑이 유지될 수 있을는지 등까지 꼼꼼히 따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조건이 좋으면 행복해지는 것인가? 조건만으로 보면 최고인 재벌가끼리 결혼을 해서 이혼을 한 경우도 있고 평범한 집안의 여자나 남자가 재벌가와 혼인했다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한 경우도 꽤 있다. 따라서 조건도 중요하지만 조건만 따지다 낭패도 보니 조건에만 목을 멜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국 가정을 위해 필요한 건 조건보다 부부간의 믿음과 사랑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이 과거 가난할 때엔 결혼할 때 집을 장만할 형편이 못 되어도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며 꼬박꼬박 적금을 부어 훗날 자기 집을 마련해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만든 가정이니 가족 구성원 간 정도 깊었던 것 같다. 결혼의 경우 두 사람의 기본 됨됨이가 되어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면 함께 노력해 현재의 조건을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할 때 상대편의 좀 나은 조건에 의탁해 횡재라도 해보려는 생각은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며 '헤어질 결심'을 하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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