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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생 속 인간의 굴레

by 최봉기

인간은 태어나서 한평생을 사는데 현재는 수명이 길어져 여든까지는 간다고 하지만 과거엔 환갑까지 살면 사람들을 불러다가 축하잔치를 하기도 했다. 온갖 부귀영화에 만족하지 않고 영원히 살려고 불로초를 구하러 세상 곳곳을 다니던 진시황제도 고작 4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또한 조선시대의 27명의 왕 중에서 5명만이 환갑을 채웠고 최장수를 누렸다는 영조도 여든에 세상을 마감했다.


이렇듯 길지 않고 허무한 인생인데 인간은 누구나 손해보지 않고 소유물을 끝까지 손에 쥐려 한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마지막 눈을 감을 때 고생해서 불리어 온 재산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두고 갈 생각을 하면 얼마나 속이 탈까? 어차피 가져가지 못할 소유물이라면 마지막 순간 아쉬움과 갑갑함을 가지고 부들부들 떨며 눈을 감느니 차라리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웃긴 얘기지만 마지막 순간만 놓고 본다면 가장 홀가분한 사람이 거지일지 모른다. 가진 게 너무 많아도 문제, 없어도 문제지만 소유욕은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굴레다.


이런 점에서 무소유를 지향하는 스님이나 수도자가 되면 소유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 예수님이 살았던 방식대로 사는 게 신앙인인데 사실 겉으로는 그리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더욱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그들일지 모른다. 남은 어찌 되건 자신들이 하는 일이 잘 되고 잘살면 교회 혹은 절을 나가기에 하느님의 은총 혹은 부처님의 가호로 그리 된 거라 믿고 있고 또한 그리 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지 힘든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돕고 나누는 일은 교회나 절에서도 저 먼 나라 얘기가 된 듯하다.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삶을 돌아보면 인간이 태어나서 유아와 아동을 거쳐 학교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는데 그 과정에서 삶을 잘 모르면서 산 기간은 무척 긴듯싶다. 성인이 되어 삶을 좀 아는 듯 행세해도 넓게 보면 크게 다르지도 않을지 모른다. 따라서 어찌 보면 삶 자체가 시행착오의 연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둑 명인 '조훈현'은 한때 자신이 젊을 때엔 바둑에 정진하면 결국은 바둑을 정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바둑이라고 했다.


이렇듯 딱히 답이 없는 게 인생이긴 하지만 어차피 이 세상을 사는 주체는 부모, 스승 또는 성현이 아닌 자기 자신이란 사실이다. 또한 인생의 답 자체도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의 몸이나 머리로 찾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답은 다른 이의 답과 다를 수도 있고 자신이 어렵게 찾게 된 답 자체가 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 또한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굴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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