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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와 새로운 역사

by 최봉기

해가 바뀌어 새해의 태양이 붉게 솟아올랐다. 며칠 전의 일들도 이젠 지난해의 일이 되어버렸다. 해가 바뀌면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이하고 군인이나 죄수들은 전역일 혹은 출감일이 다가오기도 한다. 일이 잘 되는 사람은 작년에 이어 새해에도 번창할 일이 눈에 그려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괴로운 지난해는 사라지고 제발 새로운 뭔가 희망찬 일이 생기길 기원하리라 보인다. 새해맞이는 각자의 처지에 따라 이렇듯 전차만별이다.


새해가 되고 뭔가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지 어떨지의 여부는 새해박두인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지만 새해에도 예상하지 못한 획기적인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다. 1945년 연초와 1950년 연초에 과연 일본이 패망하고 해방이 될지 또한 끔찍한 전쟁이 발발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채 늘 그러듯 희망찬 한 해를 기원했을 것 같다. 광복이 되던 8월 15일 당일 총독부 등 일제의 관공서에서 일본인들 아래서 일본 이름으로 일본어를 쓰며 마치 일본사람처럼 행세하던 조선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또한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을 잡아다 끔찍한 고문을 하던 악질 경찰 노덕술 같은 인간은 어땠을까? 과거 3.1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지식인들은 1920년 이후 갈수록 일본의 힘이 강해지자 친일로 방향을 틀었으며 일본이 대동아전쟁을 일으켰을 때 이젠 일본이 세계를 손에 넣을 것이란 생각까지 했다는데 그들 중 누구도 조선이 독립하리란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렇듯 아이러니컬한 게 역사인지 모른다.


한 해에도 과연 세상이 개벽할 일이 생길지 어떨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여기저기서 예상하는 것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기만 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발상이란 게 늘 있기에 위기가 기회도 되고 극복도 된다고 한다. 과거 경험한 바 있던 각종 경제위기와 비교하면 지금 정도 위기는 위기축에 끼지도 못할지 모른다. 물가나 환율, 금리 등 경제여건이 비교적 좋다가 코로나사태로 몇 년간 경제가 위축된 데다 우크라이나사태까지 겹쳐 다들 의욕이 떨어진 정도가 아닐는지?


세상도 업 앤 다운, 개인도 업 앤 다운인데 몇 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으니 머지않아 밝은 태양을 보게 될 일도 오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핵실험이나 하고 무인정찰기를 대통령 집무실 상공까지 날리는 그들이지만 어떤 일이로든 계기가 된다면 훈훈한 봄바람이 불고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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