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노라면 화합과 일치보다는 시기나 갈등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이란 건 개인 간 갈등과 함께 그룹 간에서도 매우 다양하지만 각 갈등별로 적절한 해소 방법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개인 간 생기는 갈등의 경우 한번 발생하면 생활이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진다. 직장에서 상사 혹은 동료 간 갈등은 퇴사 혹은 이직의 사유가 되기도 하고 가정에서 배우자와의 갈등은 별거나 이혼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내가 대기업에서 일할 때 부장과 차장간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차장은 업무능력이 뛰어나 고과가 늘 최상위였는데 위의 부장이 그를 정신적으로 계속 괴롭히자 참다 참다 어느 날 업무 도중 그동안 작업했던 보고서 몇 개를 옆 직원에게 주며 분쇄기에 갈아 버리라고 하고는 가방을 싸서 집으로 가버렸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사업부장과 본부장이 문제의 부장을 불러 A급 인력이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호통을 치며 그 직원 집으로 가서 빌어서라도 다시 회사로 데려오라고 했는데 결국 그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듯 개인 간에 사소한 일로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 화해를 통해 관계가 정상화되거나 오히려 더 성숙해지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평생 원수가 되기도 하기에 갈등이 생길만한 일은 아예 미리 피하기도 한다. 서로 관계가 좋아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이가 틀어지는 건 순간이라고 도 한다.
사회적 갈등도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우선 진보 보수 간, 빈부 간, 성별, 연령별, 지역별, 종교 간 혹은 종교와 비종교 간 갈등이 떠오르며 '고부간 갈등'이란 말은 개인적인 갈등이지만 한때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한집에 살던 시절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었고 TV드라마의 단골메뉴가 되기도 했다.
갈등이란 현상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그 속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갑'과 기득권에 도전하려는 '을'이 대립하는 형태 혹은 하나의 이권을 놓고 서로 물러서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갈등 중에는 생산적인 갈등이 있는 반면 소모적인 갈등도 있다. 과거 영호남 지역 간 갈등은 위정자들이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이득을 보려 했던 망국적인 갈등이었던 반면 진보 보수 간 갈등은 국가의 발전방향을 놓고 저울의 추를 어디에 두는가 하는 측면에서는 생산적인 측면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감정적으로 보수는 진보를 '빨갱이'로 몰고 진보는 보수를 '사대주의자'나 '꼴통'으로 모는 태도이다. 대개 진보는 보수를 친일파의 후손으로, 보수는 진보를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추종하는 친북적으로 몰다 보니 서로 양극단만 달릴 뿐 타협 혹은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과정으로서의 생산적 의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또한 정치인들이 지네들 잇속을 채우기 위해 조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갈등이 생기는 동기는 상대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다면 갈등이란 건 생기지 않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크든 작든 갈등 자체가 없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마다 생각이나 개성에 차이가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비정상적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주장이 너무 강해 상대를 무시할 경우엔 독단이 되며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경우 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며 혼자만이 아닌 상생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가 남들에게도 유익할 수 있길 빌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