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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by 최봉기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란 노래는 1970년 미국의 칸추리송 듀엣 사이먼과 가펑클이 불러 크게 히트시킨 팝의 클래식으로 애창되고 있다. 멜로디도 훌륭하지만 가사 또한 냉랭하고 쓸쓸함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포근함과 위로를 준다. 시골에서 가족들이 매달려 농사를 지으며 희로애락을 나누고 아기자기하던 세상이 산업화되며 가족주의가 개인주의로, 인간끼리의 온정이 차지하던 자리가 메마름과 고적함으로 바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태어나 20여 년을 보낸 부산을 떠나 처음 올라왔던 서울이란 곳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인간들이 각기 다른 말씨를 사용하며 생존경쟁을 벌이는 험악한 곳이었고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은 여지없이 뒤통수를 치는 도회지의 살기가 섬뜩한 곳이기도 했다. 실제 세상물정을 잘 몰랐던 나는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는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딱한 사정을 말하는 걸 곧이 믿고서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주고는 뒤늦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러한 정황을 느끼게 하는 책이나 영화가 더러 있다. 영화 '깊은 밤 깊은 곳에(The other side of midnight)'과 소설 '황혼(Sister Carrie)이다. 두 작품은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온 순박하고 아리따운 한 처녀가 특히 남자들에 의해 농락당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며 결국 훗날 자신의 미모로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어 과거 자신을 농락했던 남성을 찾아내어 새로운 관계로 얽히거나, 부자의 情婦가 되어 자신이 힘없고 가난했던 시절 그녀를 데리고 살던 남성의 몰락을 지켜보는 스토리이다.


나의 경우 현재 40여 년 전 올라온 서울에서 두 자녀를 두고 살지만 첫 객지였던 서울에서 고적함이 가장 심했던 때가 20대 초 겨울이었다.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이 몸속으로 스며들 때 느꼈던 나그네의 쓸쓸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객지에서의 이러한 우울함을 간혹 달래줬던 건 고향친구정도였지만 수완이 탁월했던 친구들은 자신이 사는 하숙집이란 곳에 각기 다른 여자들이 틈틈이 찾아와 상상밖의 애정행각에다 밀린 빨래까지 해주고 가는 일도 있곤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객지생활을 했던 총각들은 대개 쓸쓸히 하숙방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럴 때 내가 읽었던 책이 아직 내용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와 '서있는 사람들'이었고, 또한 그럴 때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던 팝송이 'Bridge over troubled water'였다.


When you a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 will dry them all


그대 지치고 위축될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나 그 눈물을 닦아 줄게요.

.................

Like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마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나 그대를 받쳐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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