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상식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예측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다. 종교란 것도 존재에의 감사, 이웃과 사회에 대한 희생과 봉사와 같은 본연의 정신보다 교회나 절에 헌금 혹은 시주를 통해 향후 발생할 재앙에 대한 보험을 들어두는 심리가 있을지 모른다. 성당의 사제들은 점집에 가지 말라는 얘길 한다. 점장이들이 과거의 일을 족집게처럼 맞춘다고 미래까지 그들의 말을 100% 믿을 경우 삶이 점쟁이가 말하는 대로 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무당을 찾아가는 경우이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굿을 해서 액댐을 물리치면 나아진다고 믿기도 한다.
아무튼 인간은 특히 상황이 어려울 때에 뭔가 자신을 지켜줄 초자연적인 대상을 찾는 본성이 있는 것 같다. 나의 한 친구는 어릴 때 부친이 사업을 하며 떵떵거리며 살다 부도가 나서 큰 집을 처분하고 단칸방에서 힘든 생활을 하게 되었다. 당시 모친이 일을 하며 끼니도 겨우 해결하기 힘들게 지내던 와중에 집에서 키우던 개까지 버스에 치여 죽게 되자 인제 망할 징조인가 싶어 당시 부산의 유명한 역술인 박도사 (박재삼)에게 갔다. 집 밖에 서서 기다리자 박도 사는 "아줌마 먼저 들어오소"라고 했는데 "나는 점을 볼 돈도 없습니다"라고 하자 괜찮으니 어서 들어오라 하더니 "아줌마 현재 생활이 힘든지 아는데 딴마음먹지 말고 딱 5년만 참으시오. 당신 남편이 재기할 텐데 5년이 지나도 그리 되지 않으면 내 손가락 하나 잘라 가시오"라고 하였다. 결국 친구 부친은 건설업으로 재기하셨다.
1979년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효주 양 유괴사건'이 있었다. 부산에서 현금이 가장 많던 부자의 어린 딸이 사립학교를 다녔는데 어느 날 실종이 되었고 집에 돈을 가져오면 애를 돌려준다는 전화가 왔다. 경찰이 집에 잠복근무를 했고 매일신문에 기사가 나오는 통에 범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던 모양인데 시간은 가고 애의 생사 여부가 막연하자 애의 부모는 노심초사하여 박도사를 찾아갔다. 박도 사의 말이 "애가 어느 지점에 살아 있다"라고 했다. 그 후 고속도로에 침랑이 하나 던져져 있던 걸 트럭 기사가 혹시 하고 짐칸에 실었는데 애가 그 속에 며칠간 갇혀 있었다고 한다. 사건 종료.
그 후 신문을 보면 어떤 정치인이 헬기를 타고 부산에 내려와 박도사를 만났다고 하고 국회의원들은 선거철이 되면 공천여부가 궁금해서 박도사를 찾곤 한다고 하였다.
종로에는 또 유명한 점술가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백운학'. 한보철강 정태수 회장이 세무공무원 시절 백운학에게 갔더니 "당신은 사업을 하면 크게 성공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갔더니 "빨리 사업을 하지 뭐하냐?"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모친이 한 번씩 점을 보러 가 나의 운세를 본 적도 있었는데 한참 전에는 무지 좋다는 얘길 듣고 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별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의 부친은 점이나 풍수지리 이런 것을 믿지 않으셨는데 그런 것들은 죄다 거짓말이라 생각하며 사셨다. 나 자신도 부친과 비슷한 편인데 친구가 나의 사주를 사주 앱을 보며 해준 얘기가 쏠깃하였다. 나는 사주에 '문필가'로 나와 있고 음양오행에 따르면 '목(나무)'에 해당하는데 20대 때에 물이 부족하여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은 배우자도 '목(나무)'인데 배우자는 나무 밑에 돌이 하나 받치고 있는데 그 돌 때문에 물이 고여있고 내가 그 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사실 20대가 무척 어려웠는데 대학 졸업 이후 하려고 하던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었던 것 걷다. 또한 글을 쓸 때 가지는 만족감이란 것이 워낙 대단하고 내가 사업가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사주팔자나 음양오행의 이치라는 것도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