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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힘 그리고 毒

by 최봉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차별되는 자기만의 재능이 하나씩 있다. 재능은 자신이 피나게 노력해서 갖는 것이 아닌 부모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뛰어나거나 노래나 그림 등에 재주 있거나 혹은 머리가 좋은 경우가 그러하다.


육십까지 살면서 보니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이 어느 정도 정해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라고 하지만 될만한 일이니까 노력해서 되는 것이지 재능이 너무 부족하면 암만 노력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다. 따라서 인간은 결국 재능이 있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학창 시절 두뇌가 좋은 사람은 남들이 오랜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고 덤벼도 해결하지 못하는 골치 아픈 수학문제를 쉽게 풀어버리기도 한다. 반면 두뇌가 썩 좋지 않은 사람은 암만 열심히 노력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은 올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머리가 좋은 사람은 고시나 학위 등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S대 법학과는 국내 최고 수재들이 모인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들은 현재 대통령이 8번씩 낙방했다는 사법고시를 대학교 3학년 때 통과해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두뇌가 어떨 땐 毒이 되기도 한다. 우선 두뇌를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이다. 노력이란 건 두뇌가 있는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다. 두뇌가 떨어지면 노력이 결실을 가져오기 어렵기에 그러하다. 또한 두뇌가 좋을 경우 주변의 자기보다 못한 이들이 (공부든 일이든) 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오만해지기 십상이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얘길 듣게 되기도 하여 소속된 조직에서는 오히려 고립도 될 수 있다. 만일 두뇌가 좋은 이들이 대인관계까지 좋다면 사회에서는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유형을 보면 '천재형'보다는 '노력형' 혹은 '대기만성형'이 더 많다고 한다. 노력형이란 경우도 천재보다는 못해도 기본 자질은 갖춘 경우이다. 이러한 예중 하나가 미국의 34대 대통령(1952~60년) '아이젠 하워'이다. 맥아더가 참모총장 시절 부관으로 인연이 된 아이젠하워는 맥아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초라한 인물이었지만 결국에는 더욱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맥아더(1880~1964)는 군대 내의 대표적 금수저로 50대에 별넷을 달고 참모총장이 되어 늘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지만 독선적이었던 반면 아이젠하워(1890~1969)는 이민 가정의 흑수저로 크게 내세울만한 데가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전쟁참전 경력이 없어 15년간 만년 소령으로 있다가 그의 보고서 작성 능력을 인정한 맥아더를 만난 후 중령이 되었고 그 후 승승장구하였다. 그는 기고만장한 독불장군 맥아더와 비교하면 조용하고 포용적이며 타협적이었다. 결국 맥아더는 한국전에서 이기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트르먼대통령에게 강하게 주장하다 해임되었고 아이젠하워는 그 후 대통령까지 되었다.


타고난 재능에 뼈를 깎는 노력이 가미되어 탄생한 인물이 소프라노 조수미,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5 공화국의 경제수석 김재익과 같은 이들이다. 어떤 분야든 일단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과도 같은 것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땀 흘려 이룩한 역량은 재능이 미치지 못하는 수만 명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우수하며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 하지만 재능이 노력 부족으로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재능이란 씨앗에 자긍심이란 영양분 대신 오만이란 독이 들어갈 경우 이내 시들어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좋은 재능은 좋은 일에 사용되어야 하건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은 물론 세상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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