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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고생을 해 봐야

by 최봉기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부잣집에서 호강만 하며 자란 사람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기가 무척 쉽다. 그건 현재 자신이 누리는 행복의 의미를 잘 모르고 그걸 당연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3대 부자 없고 3대 거지 없다"는 말처럼 자신의 부모나 조상이 열심히 살았기에 현재와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인데 후대가 게으르거나 방탕한 생활을 할 경우 언제라도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성숙해지는 건 자녀를 출산하면서부터일지 모른다. 그전까지는 한마디로 정신적인 유아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달콤한 허니문도 잠시일 뿐 자녀를 가지면서 여태껏 해보지 않은 고생은 시작된다. 입덧에 출산 전까지 태아를 뱃속에 두고 살다 출산시 산통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뱃속에 있던 애가 막상 나오면 그때부터 진짜 고생이 시작되어 그 고생은 자녀를 독립시킬 때까지 이어진다.


남자의 경우 정신적 성숙의 기간이 몇 년간의 군복무 때란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 어떻게 하면 군을 빠질 수 있을까? 하고 별 궁리를 했다. 우선 한참 젊은 시절 몇 년간의 시간적인 공백이 있고 경직되고 엄격한 규율 속에서 힘들게 몇 년을 보내는 건 가혹하고 그만한 보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대 전 군을 전역한 자들은 나 같은 군미필자에게 자신들의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과장된 것도 많고 사람을 기만하는듯한 말도 섞여 있었다. 아무튼 늦은 나이에 입대해서 26개월간 군복무를 마쳤는데 군에서의 생활은 지금도 인내를 통해 인생을 이해하는 정신적 성숙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내 손으로 국민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기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생각한다. 이런저런 구차한 이유로 군대도 가지 않은 자가 정치인이 되어 국방과 국민의 안전 등에 괜한 말을 하는 걸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여성의 출산과 육아 및 남성의 군복무 외에도 여러 가지의 고생이 있다. 각종 봉사활동과 학위과정 또한 그러할지 모른다. 이러한 고생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건 자신 외에 주변사람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을 하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인이 된 한 대통령은 젊을 때 가난 속에서 어렵게 사법고시를 통과해 판사생활을 잠시 했다고 한다. 그는 밥 굶는 설움도 경험해 봤기에 생계형 범죄로 법정에 선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그런 죄짓지 마세요"라고 하며 매우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판검사가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험한 세상에서 눈물 나는 경험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자가 법조문만 달달 외워 가혹한 형을 내린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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