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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유형은 계속 진화만 하는 건가?

by 최봉기

인간은 어릴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인간의 도리에 대해 배우게 되며 특히 해서는 안될 일, 즉 남의 물건이나 돈에 손을 대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짓이란 말을 수없이 듣곤 한다. 그러한 가르침 때문에 온전한 가정에서는 성인이 될 때까지 위중한 범죄행위에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일찍 음주나 흡연을 하는 친구들이 있으며 책가방에 흉기까지 넣어 다니며 싸우거나 무리를 지어 패싸움까지 하다 퇴학 처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밖에도 미성년자가 불건전한 관계 속에서 애를 가지기도 한다. 나는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같은 또래의 여자애를 임신시켰다는 두 친구에 대한 얘기를 들은 바 있다. 한 경우는 모친이, 또 한 경우는 본인이 직접 낙태를 시켰다고 한다. 이상의 내용은 범죄는 아니지만 청소년의 준범죄 행위 혹은 비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에 물드는 사람의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다뤄지곤 한다. 내가 보았던 영화 '겨울 나그네', '박하사탕', '친구' 등이 범죄에 물들며 삶이 파괴되는 한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 친구의 경우 청소년 때부터 불량했던 청소년들이 학교를 중퇴하고 조폭이 되어 결국 살인을 당하는 끔찍한 얘기인 반면 영화 겨울나그네와 박하사탕은 20대 초반의 순수했던 한 청년이 살면서 자신의 삶이 곤두박질쳐지며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해 범죄자가 되거나 혹은 삶을 포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과거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은 후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 때에는 절도형 범죄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골목에서 지나가는 동생벌들을 붙잡아 협박해서 현금을 갈취하는 일도 무척 많았다. 나는 중학교 시절 유사한 비행의 피해자가 된 적도 있다. 친구 영화를 몇 번씩 본 청소년이 자신을 괴롭힌 인간이 있는 수업 중인 교실에 칼을 들고 들어가 영화에서 가르쳐준 대로 살해를 했던 사건이 실제 발생했다. 나는 그 살인 청소년의 심정을 가슴속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다.


"죄는 미워해도 인간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당해 본 사람 입장에서는 저 달나라의 얘기 같기만 하다. 남에게 가슴 깊은 상처를 입힌 자는 자신도 그런 걸 당할 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지 모른다. 만일 그런 걸 직접 당하지 않는다면 씨익 웃고 지나가는지 은근히 궁금해지기도 한다. 자기대가 아니면 자식이나 손자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 싶다.


성인의 경우 과거 밤마다 담을 넘어 들어가 방안의 전자제품 등을 훔쳐 달아나는 '밤손님'과 만원인 버스 안에서 날쌘 손놀림으로 지갑을 슬쩍 낚아채는 '쓰리꾼'들이 당시의 주된 범죄자들이었는데 지금은 먹고살만 하니까 그런 유형의 범죄는 경찰청 범죄기록부에서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노점상과 같던 밤손님과 영세했던 소매치기 조직이 이제는 세력의 통합을 통해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대기업식 조폭으로 진화된 것 또한 달라진 세태가 아닐까 싶다. 현재의 조폭 우두머리는 주먹 쓰는 자들이 아니고 조직관리 능력과 협상력이 뛰어난 머리 쓰는 자들이라고 한다.


또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최근 새롭게 발생하는 범죄가 있다. 프로포콜 등 마약 관련 범죄이다. 어럽게 일을 해서 겨우 먹고 살 때에는 상상할 여유조차 없던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사회 상류층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범죄유형이 되어 버렸다. 먹고사는 어려움에서 해방된 이들이 새로운 목표의식도 없이 무료함과 허무함을 술과 담배도 아닌 마약으로 달래려 한다면 세상 망조라고 밖에 따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증가세가 오히려 증가하는 듯하다.


청소년 범죄부터 절도를 넘어 마약까지 삶에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도 주고 사회를 망치는 온갖 종류의 범죄가 있다. 모르긴 해도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는 범죄가 없고 죄소자를 따로 수용하는 교도소가 없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잘 살게 되면서 배고프던 시절 범죄는 사라졌음에도 잘 살게 되니 배부른 범죄까지 새로 생기는 건 신기하기만 하다. 만일 세계적으로 경제가 매우 어려워진다면 사라져 버린 밤손님과 쓰리꾼들이 다시 등장할 일은 없을지 괜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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