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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먹고 사는 괴물과의 전쟁

by 최봉기

사람은 태어나 누구나 인간적으로 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우선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철학자 '존스튜어드 밀'은 "인간은 수단이 아니 목적으로 대해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능력이나 재산 혹은 사회적인 지위와 같은 삶의 수단보다는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인간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은 인간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편리하고 안락해졌다. 하지만 '편리함'과 '안락함'이란 두꺼운 포장지를 벗기면 '돈'을 먹고 사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 그 괴물은 돈이 입에 들어오기만 하면 빙긋하고 웃지만 돈이 없이 굶주릴 경우 사람이든 누구든 잔인하게 물어 죽인다. 더 재미있는 건 그 괴물은 돈의 정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땀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착한 돈이든 양심과 인간을 팔아먹은 대가로 생긴 추악한 돈이든 똑같은 돈으로 입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돈의 지배를 받는 무시무시한 세상에 살고 있다. 돈이 주머니속에 많이 있으면 인간대접을 받고 곤궁할 경우엔 인간이 짐승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게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인간 본연의 가치가 남아있던 과거에는 돈이란 것도 나름 색깔이 구분이 되었건만 이제는 향기로운 돈과 구역질나는 돈이 통으로 편리함과 안락함으로 범벅된 비빔밥속에 섞여 버리게 되었다. 맛만 좋으면 됐지 재료의 출처는 따지지 않는 세상이다.


돈이란 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똑같은 물을 꿀벌이 먹으면 꿀이 되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 만일 돈이 치료비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는 병자나 혹은 급전만 마련되면 회생가능한 회사에게 간다면 그 돈은 꿀이 될 수 있다. 반면 똑같은 돈이 도박이나 술 혹은 마약에 중독된 인간에게 간다면 독이 되는 것이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실용화된 세상이 되다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버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돈만 있으면 어지간한 건 해결되는 세상이 되고 있으며 "개같이 벌어 개같이 쓰는" 인간도 많다. 하지만 "정승같이 벌어 개같이 쓰는" 인간은 없다. 고생해서 번 돈은 훔치거나 길에서 줏은 돈과는 근본 자체가 다르므로 함부로 쓸 수가 없다. 그 돈에서는 지독한 땀 냄세가 풍겨나기 때문이다.


돈은 암만 그 위력이 강해진다 하더라도 살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될 수 없다. 또한 사는 동안 모은 돈은 떠날 때엔 한푼도 가져갈 수 없다. 자식들도 부모가 남기고 간 돈은 자신이 땀흘려 번 돈이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면 훔친 돈은 아니지만 길에서 재수좋게 줏은 돈과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진정 사랑하는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고 싶으면 돈과 함께 그 돈에 묻은 땀냄세까지 함께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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