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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군인이 되었다면?

by 최봉기

경찰을 비하하는 말로 '짜바리' 혹은 '짭세'란 말이 있다. 나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누군가가 설명해 주길 "잡아넣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했다. 이와 유사한 말로 '군바리'란 말이 있는데 군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경찰이나 군인은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국가를 지키는 좋은 일을 하건만 어찌하여 이리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경찰은 일제강점기 '순사'라는 이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과거 '女路'와 같은 TV드라마에서는 일본인 순사들이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조센징 빠가야로!' 즉 "조선 놈 병신!"이란 뜻이다. 해방 후에도 줄곳 경찰의 이미지는 썩 좋지 못했다. 박봉이다 보니 뒷돈을 받고 슬쩍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았고 强弱弱强(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기도 했다.


군인의 경우는 일단 사회와 격리된 군이란 곳에서 지내며 복장 포함 두발과 말투도 왠지 투박해만 보인다. 게다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군출신이 나라를 통치하며 인권과 자유를 유린하였기에 군인이라 하면 우선 '독재의 군홧발'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15여 년 전 가족들과 베이징에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의 말이 중국에서는 군에서 복무했던 사람은 전역 후 사회생활을 할 때 많은 특혜가 주어진다고 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선택된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이 군대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현상이 매우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 사람이라면 그 정도 보상은 필요하리라 보인다.


대한민국에서는 오랫동안 군입대 관련 비리에서 볼 수 있듯 군에 입대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 마치 교도소에 입소하는 것처럼 불명예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힘없는 서민이 군면제되는 일에 나설 수나 있었겠는가? 가진 게 많고 힘 있는 자는 '신의 아들'로 군면제를 받고 그 다음인 '사람의 아들'은 보충역이 되고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의 아들'은 현역으로 입대를 하는 세상이다.


나 또한 과거에 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무척 강했고 군에 안 가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도 했지만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하였다. 남보다 늦게 입대해 군생활동안 고충도 컸지만 지금까지도 편법으로 군복무를 회피한 사람들을 보면 암만 유능하고 잘난 사람이라도 사실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사람 중에는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떤 인간은 '담마진'이란 두드럼증으로 면제를 받은 사실도 있다. 과거 고시를 준비할 때 군복무가 걸림돌이 되니까 군면제 관련 사유와 관련하여 따로 고시를 하나 통과하거나 학위를 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손봉호'교수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그는 키가 157cm로 군면제 대상이었지만 자진 입대를 한 양심가이자 실천가이다. 머리에 암만 든 게 많은 사람이라도 알고 있는 걸 실천하는 사람은 적은 현실이니 개탄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일 군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약간 우직한 스타일이라 군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또한 불의를 싫어하는 편이라 군에서 속물과 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한다는 일념으로 임했으리라 보인다.


위기상황에서 국가의 존립이 흔들릴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이들은 누구였던가? 온 국민들이었지만 그 선두에 있던 사람들은 군인이 아니었겠는가? 이순신장군은 중과부적을 앞에 두고도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나라를 구했다.


"전하! 저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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