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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Feb 28. 2022

TV 드라마에 관한 추억

TV가 현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척 대단하다. TV 이전에는 신문과 라디오가 그 역할을 해왔다고 하는데 시각 영상으로 다가오는 TV의 영향력은 그전 매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듯하다. 나는 집에 TV가 없을 때에는 이웃집에 가서 시청하기도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 TV가 생기면서 이런저런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중 안방에서 어른들이 즐겨보던 드라마를 어깨 너머로 보곤 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TBC의 '결혼행진곡', '청실홍실' 그리고 MBC의 '청춘의 덫'이 기억난다. TBC는 당시 인기 있는 프로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프로가 토요일 저녁 '쑈쑈쑈' (프라이 보이 곽규석 진행). 반면 KBS는 공영방송이라 방영물들이 대개 재미가 없고 '꽃피는 팔도강산' 등과 같이 정부시책을 홍보나 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여로'와 같은 드라마는 온 국민을 TV 앞으로 오게 했던 국민 드라마였다.


결혼행진곡(1977년)은 한집에 여러 가족이 모여 살면서 부모(김순철 분, 강부자 분), 결혼한 큰 아들 내외(박근형 분, 홍세미 분), 미혼인 바람둥이 작은 아들 (한진희 분), 대학생 여동생(유지인 분), 막내 고교생(이승현 분) 포함 작은 아들 맞선 상대(장미희 분) 등이 출연하여 당시 대가족의 생활상을 아기자기하게 보여 준다. 특히 그 드라마는 각종 유행어를 쏟아내었다. "바쁘다 바빠", "죽~깐"  "인생무상, 삶의 해이" 등. 그 드라마에서 가곡으로 자주 나왔던 곡이 장미희가 침대에서 누워서 듣던 '비목'.


청실홍실(1977년)은 출세를 꿈꾸는 한 남자(김세윤 분)가 업무적으로 대기업 사장 (김성원 분) 집에 출입하며 그 집 딸(정윤희 분)과 가까이 지내게 되는데 그에게는 정작 애인(장미희 분)이 있어 삼각관계로 갈등이 생기는 스토리였는데 본래는 라디오 드라마로서 주제곡이 (안다성, 송민도) 유명하기도 했다. 그 드라마의 주제곡은 고인이 된 하수영과 혜은이가 불렀는데 목소리나 화음이 예술.


청춘의 덫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  TV 드라마로 두 차례나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나는 최근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해운회사 비서실 서윤희 (심은하 분)과 강동우(이종원 분)이 미혼이자 같은 회사의 직원으로 나온다. 둘은 대학 때부터 연인 사이로 지내며 동우가 군에 있을 때 윤희가 먼저 취업을 했고 둘 사이에 애가 생겼는데 윤희는 회사에는 개인 사정이라며 휴직하고 애를 몰래 낳아 키우며 어촌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는 시댁에 생활비까지 매달 꼬박 붙여 주면서 결혼 날짜만 잡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동우가 그 회사 회장의 딸 (이효 정분)과 출세 목적으로 의도적인 교제를 하며 윤희와 결별하려 한다. 와중에 애가 놀이터에서 놀다 높은 데서 떨어져 죽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끝내 동우는 윤희를 외면하자 윤희는 동우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상사였던 회사의 큰 아들 노영국(전광렬 분, 이효정 분의 오빠)과 가까워지려는 노력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되는 반면 동우는 윤희와도, 재벌집 딸과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며 외톨이가 되는 내용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남녀 간의 삼각관계는 드라마의 주메뉴이다. 두 드라마에서도 나왔지만 주로 남자는 과거 애인과의 사랑보다는 자신의 현실적인 출세를 더욱 중시한다. 특히 70년대의 시대 상황을 보면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다 상경하여 대기업에 취업한 남자는 자신의 출세를 보장할 수 있는 가정의 딸과 결혼하여 성공하고자 하고 옛 애인과 결별하려 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분노심을 자극하므로 방청률을 끌어올리기가 좋아 드라마의 주메뉴가 되어 온 듯하다. 지금의 드라마에서는 그런 스토리가 좀 적어졌는지 모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재벌과 결혼했던 중류층이 이혼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그런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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