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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법조인이 되었다면?

by 최봉기

세상에서 가장 딱딱하고 차갑고 무자비한 걸 들라면 단연 으뜸인 게 法이다. 法은 인간에게 기본이 되는 덕목인 도덕과 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질서유지를 위한 최후의 강제조항이라 할 수 있다. "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이 있다. 마치 대단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 같지만 지극히 상식적이며 당연한 말이다.


이러한 강제조항인 법은 이미 고조선 때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八條法禁'이란 법에 의하면 사람을 죽인 자는 死刑에 처하고 남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곡물로서 배상하고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데려다 노비로 삼으며 속죄하고자 하는 자는 일인당 50전을 내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조항에 나오는 '살인', '상해'와 '절도'라는 건 인간이 극도로 분노할 때 혹은 극도로 곤궁할 때 나오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도덕과 양심만으로는 질서가 유지되기 힘드니 강력한 규범인 법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도덕이나 윤리는 책에서나 나오던 고상하고도 아득한 말이 되어버린 듯하다. 지금은 세상이 어찌 보면 모든 게 法으로 시작해서 法으로 끝난다. 길가에서 두 사람이 언성이 높아질 때 나오는 말로 "法대로 합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양심이나 도덕으로 말하지 맙시다"이다. 법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의 안녕'과 '도덕 혹은 법을 통한 질서유지'는 '인간의 건강'과 '자율적 혹은 의료기관을 통한 건강관리'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규칙적으로 생활하되 잘 챙겨 먹고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면 건강에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는 건전한 사회, 즉 도덕적인 사회에 비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몸에 밸런스가 무너져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면 입원을 하고 약을 먹게 되는데 이 경우는 양심과 도덕이 무너지고 소송이 진행되는 것을 연상케 한다.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신세를 지기 전에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이 있으면 法網을 피하는 갖은 수법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법조인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법에 관련한 내용을 담은 책이나 자료를 읽는 걸 무척 싫어한다. 용어도 생소한 경우가 많고 어떨 때는 법적 사전 지식을 요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적 전문지식을 이용해 법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농락하는 건 그보다 더 싫다.


법에 정통하다는 사람이 법의 올바른 취지를 알고 충실히 법을 지키기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법으로 장난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공평해야 한다. 사실 법은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기 위한 것임에도 가진 것 많고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게 법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법적인 전문용어를 내뱉으며 유식한 척 하기 이전에 양심과 도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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