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언론 등을 통한 외부의 반응에 민감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연예인'과 '정치인'들이다. 연예인들은 연예부기자들이 자신에 대한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기가 놀이기구 '바이킹'처럼 출렁거린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어느 유명개그맨이 여당 전당대회에서 야당의 黨名을 비하하는 개그를 하다 문제가 되어 그 후론 방송에 나가지 못하고 野人으로 전락하였다. 사실 그는 써준 원고대로 개그를 한 것이었는데 그런 결과로 이어질지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정치인의 경우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거 때 표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여야로 당이 달라도 개인적으로는 농담을 주고받다가 혹 기자라도 나타나면 갑자기 언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연예인과 정치인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개인적으로 누굴 만날 때 대중들이 많은 곳에 가기를 싫어한다. 누군가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피곤해지기도 하며 잘못하면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대개 입법기관 소속인 국회의원을 말하는데 국무위원인 장차관도 포함한다. 국회의원 출신 중에서 장관이나 총리 혹은 대통령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장관 출신들이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의 前歷은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 교수, 연예인, 사업가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바둑인과 스포츠맨 중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인사가 나오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인간시장 '의 작가 김홍신이 의정활동에서 최고평가를 받은 일이 있는데 최고 엘리트라는 판검사나 변호사만이 유능한 정치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일 내가 정치인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한마디로 어려움을 상당히 많이 겪었으리라 보인다. 어떨 땐 이미 뱉은 말을 교묘히 바꾸고 싫은 사람들과도 대화를 하며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나의 오지랖으로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사실 정치라는 분야와 정치인이란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때에도 학생회 간부들은 마치 정치인들처럼 행세하였다.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 앞에서는 마치 정의의 사도인 듯 행세하지만 돌아서면 언행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치 행위는 공식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 등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반장 '엄석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사불란한 독재정치의 행태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내가 초등학교 때에도 반장이던 친구가 정치행위를 한 일이 있다. 내가 반에서 다친 친구들을 위해 사용할 솜, 반창고나 소독약 등을 넣은 비상의료함을 준비해서 가져간 적이 있었다. 그때 반장이던 친구는 의료함을 자기가 직접 담임선생님께 올리겠다고 하며 가로채었다. 나는 뒤통수를 맞을 뻔하였다. 결국 나는 의료함을 도로 받아내어 직접 담임께 올렸다. 그 반장이란 친구는 어린 나이에 정치인 흉내를 내며 지지세력을 구축해 시험 부정행위 등 이런저런 탈법까지 자행하더니 그 후 주변의 우호적인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 대상이 되며 최봉기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깡통'의 몰락한 주인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