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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앙드레 최'가 되었다면?

by 최봉기

지금은 고인이 된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생긴 모습은 별로 예술적이지 않았지만 과거에 잘 나가던 TV 여자탤런트 중에서 소공동의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비싼 옷 한 벌 해 입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TV에서 말을 할 때에도 일부러 인지 몰라도 외래어를 많이 섞어 썼다. "내년의 빠~셩은 심플하면서도 아티스틱한 느낌을 담아 컬러펄한 투피스 형태의 로맨틱한 드레스차림을 하면 엘레건트해 보일 것 같아요"와 같이 말을 하곤 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의 모습과 말하는 스타일을 보면 역겹거나 속이 거북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활동하던 때와 지금은 또 다른 세상이다. 그때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에 남성이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던 요리, 의상 디자인, 미용 등분야에서 일할 경우 약간 이상한 눈으로 보기도 했다. 앙드레 김의 경우 동성연애자란 말이 있었다. 이제 고인이 된 꽤 유명했던 작곡가 한 사람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러한 개인적인 또한 고유한 특성 때문에 생기는 주변의 얄궂은 반응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신념과 열정 그리고 능력이 있다면 지탄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주변에는 모양만 남자이지 속은 여자와 별반 차이가 없는 친구들이 간혹 있었다. 그때에는 그러한 친구들을 보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환갑이 된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친구들은 유전자가 조금 달랐던 것 같지만 살면서 나름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초등학교 때 한 친구는 남자지만 여자애들이랑 고무줄놀이를 하며 잘 어울렸다. 여자애들은 그런 친구가 편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 친구도 심성은 무척 착했던 것 같다.


만일 내가 '앙드레 최'였다면 어땠을까? 남자지만 남성적이지 않은 분야에 종사하며 보통사람들과 차이 나게 옷 입고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아래위로 훑어보기도 한다. 남성이 태생적으로 여성적이거나 여성이 태생적으로 남성적인 경우는 제삼자가 뭐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들로서 약간 조심스러울 필요도 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앙드레 김은 패션 디자이너를 하면서 그 분야에서는 부와 명성을 누렸고 대한민국에 부임했다 귀임하던 각국 외교사절 부인들에게 근사한 드레스를 선물로 주며 그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기여도 했던 사람이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여성이 남성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건 털털하거나 호탕해도 보이고 왠지 멋있다는 반응도 보이지만 반대로 남성이 여성처럼 구는 것에는 심사가 뒤틀리기도 한다. 이는 지금까지 세상이 남성 중심이었기에 그러하리라 보인다.


앞으로는 남녀 간 구분이 갈수록 희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자로 태어나도 出産 외에는 뭐든 다하게 되고 여자로 태어나도 군복무까지 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과거 앙드레 김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일랑 던져버리고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진정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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