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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산악인이 되었다면?

by 최봉기

"山이 거기 있어 山에 오른다." 어느 유명한 山岳人이 한 말이다. 대한민국만큼 도심에 산이 많은 나라는 없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대개 산에 가려면 차로 몆 시간은 가야 된다고 한다. 산에는 계곡도 있고 약수도 있어 친구랑 가족이랑 한 번씩 나들이하기에는 산만한 곳이 없다. 아무리 험한 산을 가더라도 산행을 할 때 처음 한 시간 정도가 가장 힘이 든다. 그리고 몸이 풀리고 나면 좀 나아진다. 가파른 곳을 '깔딱'이라 부르는데 조금 고생하면 능선으로 이어지고 고개를 하나씩 넘어 결국 정상에 도달한다.


나는 어린 시절 체력이 약해 1,000미터 장거리 달리기는 완주조차 힘들어했기에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대 때 중반에는 아침마다 조깅을 꾸준히 하며 체력을 키워 보았다. 그리고는 체력이 좋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등산을 친구랑 같이 갈 때에도 늘 앞장서서 제법 빨리 올라가니 "체력 하면 나, 나 하면 체력"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혼자서 배낭을 꾸려 지리산(1,915m) 종주도 해보았고 雪岳山(1,707m)도 과거 외설악 몇 군데 맛만 보던 것과 달리 공룡능선을 두 번씩 갔다 오기도 했다. 漢拏山(1,950m)의 경우 성판악에서 출발해 백록담까지도 두 번씩 가보았고 가족과는 해변이 보이는 영실코스로도 올라가 보았다.


내가 가 본 정상중에서 가장 높은 곳은 白頭山(2,744m)이었다. 백두산은 가족이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중국 여행 때 '이도백화'란 곳에서 미니버스로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서는 지리과부도에서만 보던 天池를 보았는데 햇볕이 못에 내려 쪼일 때엔 용이 한 마리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었고 내가 태어나 경험한 경치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도 장엄하였다.


만일 내가 산악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국내외에도 에베레스트(8,848m), 안나푸르나(8,091m), 킬리만자로(5,895m), 몽블랑(4,807m), 로키(4,399m) 등과 같은 세계적인 산을 등산장비를 짊어지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기분이 묘해진다.


전문 산악인들은 前代未聞의 위험한 등산코스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다 험한 산에서 凍死를 하기도 한다. 이미 정복한 코스가 아닌 곳을 개척해 정상을 정복하면 더 좋은 기록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눈이 덮인 높은 산을 배낭을 메고 묵묵히 올라가는 산악인의 모습은 인생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삶에서 하나씩의 목표는 있어야 할 것이다.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삶은 더욱 알차지는데 설령 목표한 바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애초 목표가 없이 사는 삶보다는 의미로웠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던 험난한 코스에 도전했다 아까운 삶을 산속에 던져버린 산악인들 소식을 접하곤 한다.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러한 도전정신은 고귀한 것이며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현재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국민들, 특히 우리 자식들 나이인 20대들이라면 현실 속에서 안주하기보다 웅대한 꿈을 가지고 기성세대가 생각조차 하지 않던 것들에 도전해 보다면 우리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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