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늘 작곡가와 작사가의 이름이 나온다. 요즈음은 '싱어송 라이터'라고 해서 가수 본인이 작곡을 겸하는 경우도 많지만 노래에는 작곡자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어른들은 주말 저녁이면 TV앞에 모여 쇼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 무대뒤에서 지휘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명 작곡가들이 더러 있었다. 고인이 된 작곡가 길옥윤은 침대의 머리맡에 오선지를 놔두는데 자면서 악상이 떠오르면 곧장 작업을 한다고도 했다.
작곡가나 시인은 공히 한 번씩 머리를 스쳐가는 리듬이나 시상이 떠오를 때 이를 曲이나 詩로 만드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 같다. 작곡가 '이호섭'은 한때 비행기가 기체결함 혹은 기상악화로 목적하지 않은 곳에 착륙하는 일이 많았던 시절 그런 현상을 음악에 담아 박남정의 '사랑의 불시착'이란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또한 자기가 살던 옆집에 신혼부부가 살았는데 다투는 일이 잦아 이혼으로 가기 전 "잠깐!" 정지의 메시지로 만든 곡이 주현미의 '잠깐만'이었다고 한다.
내가 즐겨 부르는 곡들 중 부를 때마다 가사나 곡이 마음에 와닿는 것들로 조용필의 '꿈', 정훈희의 '안개',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이용의 '잊혀진 계절', 패티김의 '이별' 등의 곡이 있다. 최근 유튜버에서는 가수 윤복희가 자신이 불렀던 '여러분'이란 곡의 의미를 설명한 영상물이 있다. 그 곡은 대중가요라기보다 가스펠송이라 했다. "네가 만약 외로울 때면 내가 친구 해 줄게~"로 시작되는 가사의 곡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성령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를 곡으로 완성한 것이라 했다. '내가'는 하느님이고 힘들 때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의미를 염두에 두었더니 곡이 다르게 들렸던 것 같다.
만일 내가 작곡가였다면 어땠을까? 20대 때 詩를 써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기분으로 음악이란 옷을 입혀 창작을 하면 곡이 나오게 되리라 보인다. 인간의 喜怒哀樂은 시처럼 음악으로도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쇼팽이란 작곡가는 '피아노의 詩人'이라 불린다. 그의 피아노곡을 들을 때면 나의 메마른 영혼에 단비가 촉촉이 내리며 멈춘듯한 영혼이 살아나는 듯하다. 비발디의 명곡 '四季'는 계절별 느낌을 세련되게 또한 생동감 있게 음악적 영감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KBS의 '열린 음악회'는 男女老少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음악프로라 생각된다. 대중가요부터 팝에 가곡까지 어우러져 무대는 선술집에서 커피숍을 지나 격조를 갖춘 오페라하우스까지 이어지며 관객을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음악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또한 풍요롭게 해 주고자 하늘이 내려준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는 예술적 영감을 저 먼 곳까지 전하며 반대편의 銃聲을 멈추게 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