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봉기 Mar 01. 2022

승자와 패자

인간의 삶은 끝없는 승부로 이루어진다. 고교시절 때엔 매주 시험, 대학 때엔 중간, 기말고사. 졸업 후에도 국가시험 등 각종 시험이 있다. 한 번으로 끝나는 시험에서 합격한 사람은 승자요 낙방한 사람은 패자가 된다. 사회생활을 할 때엔 진급이란 걸 두고도 고과 등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나뉘며  대선 때에는 선거를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다. 이렇듯 승부는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시험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형태의 승부가 있다. 심지어 결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승부 일지 모른다. 남자가 여자를 혹은 여자가 남자를 배우자로 택하는 과정에서 사귀어 오던 사람에게 "이젠 안녕"이란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엔 번복 결정을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누군가로부터 승낙을 얻어야 한다. 심한 경우는 약혼을 하고도 결혼상대가 바뀌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야박할지 모르지만 결혼의 경우에도 후보자 중에서 승자가 되지 못할 경우엔 그런 대접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현실 세상은 에덴공원처럼 모든 사람이 복락을 누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20대 때 순수한 사랑의 마음만 있으면 뭐든 된다고 믿었는데 인제 환갑 근처에 오니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순수한 사랑 없이 조건만으로 결혼할 경우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순수함과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매경기에서 승부를 통해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스포츠는 매 시합이 밥줄이므로 시합에서의 승패란 한마디로 선수의 생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매 순간 최선의 노력이 경주되며 그 결과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고인이 된 야구 해설가 하일성은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선수라면 스스로에게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기량이 뛰어났던 한 선수를 예로 들었다. 박정태란 선수가 있었는데 그는 중요한 찬스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을 경우 더그아웃에 들어와 분을 참지 못하고 벽에 머리를 박거나 주먹을 치면서 고함을 지르곤 했다는데 한 번은 이를 보다 못한 한 선배가 그를 불러 주먹을 한방 날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승패란 중요하며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럼 승자가 되지 못한 패자의 경우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한 번의 패배로 심한 충격을 받아 상처를 준 세상과 스스로 이별하면 되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라면 자폐아나 정박아보다도 지적 수준이 못한 사람이다. 삶 자체가 승부로 시작, 승부로 끝나는 것이므로 백전백승이란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찌 보면  의미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패자가 되어 본 자만이 진정한 승자가 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패배의 쓰라린 기억 없이 승리만 한 자는 오만이 하늘을 찌르며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패배를 할 경우 우선 패인을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여 재도전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는 한 번의 패배가 밑거름이 되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가 인간이 사는 사회이며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사회이다. 한 번의 승리로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한 번의 패배로 인생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라면 머지않아 몰락할지도 모르며 어찌 보면 몰락해야 마땅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양극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