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는 점집들이 여기저기 있으며 몇만 원을 내면 태어난 년도와 날짜와 시간으로 사주를 말해 준다. 사주는 태어난 때에 따라 정해져 나오는 것이므로 점집마다 다르진 않겠지만 현재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며 사주를 해석하는 내용은 점집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사주가 뭔지 살펴본다. 동양의 '陰陽五行說'은 음양과 오행을 바탕으로 우주만물의 근간과 조화, 통일 등 법칙과 원리를 설명하는 동양철학의 일종이다. 즉 陽이 변하고 陰이 합치되어 水火木金土를 낳는다고 한다. 이는 사주팔자나 토정비결 등 동양의 운세학이나 철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학문 중 하나이다.
四柱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의 기둥으로 태어난 年, 月, 日, 時를 간지로 환산해서 운명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간지는 천간과 지지의 약자인데 天干은 하늘의 기운으로 甲乙兵丁戊己庚辛壬癸의 10자요 地支는 땅의 작용으로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12자이다. 이는 사주팔자를 이루는 근본이 된다. 여기서 60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이를 60갑자라 하며 60년에 해당한다. 천간과 지지는 우주와 자연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원리를 담고 있는데 이를 음양과 오행이라고 한다.
八字는 年月日時에 해당하는 干支 여덟 글자인데 이 여덟 글자가 모여 네 개의 기둥을 이룬다고 하여 사주팔자라고 한다. 사람은 팔자의 좋고 나쁨에 따라서 일생이 좌우된다는 관점에서 일생의 운수를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되며 이걸로 사람의 禍, 福, 生, 死를 판단하기도 한다.
같은 시간에 태어나 같은 사주임에도 상반된 삶을 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대배경, 환경, 집안내력, 부모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삶에 영향을 주는 5가지 요소로 성장하고 생활하는 환경, (풍수) 지리적 환경, 사주, 생김새(관상, 용모), 자기 수양을 든다. 사주가 같으나 삶이 다른 이유는 부모에게서 받은 DNA, 성장환경, 풍수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자매가 한 명은 미국으로 입양 보내지고 한 명은 국내에서 자란 경우 그들의 삶을 추적하고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다른 삶을 사는가에 대해서 방영한 적이 있다. 언니는 미국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여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동생은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어 있었다. 남의 말을 공감해 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비슷했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비슷했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모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이후 자기와 사주가 같은 사람을 찾아갔는데 자신과는 달리 그 사람은 빈곤하게 살고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전두환은 사주를 벗어난 대표적인 사람 중 하나이다. 본래 사주는 대위로 전역해 문방구를 하다 1999년에 죽는 사주였지만 실제로는 5.16에 참가한 덕분에 박정희의 총애를 받아 군에서 진급이 잘되었고 요직을 거쳐 결국 대통령까지 되었던 것이다.
사주팔자는 운명의 형태나 윤곽을 보여주는 흐릿한 지도이지 디테일하고 섬세하고 자세한 지도는 아니다. 다시 말해 지도도 없이 산에 올라간다면 헤매거나 목적지를 잃고 힘든 과정을 겪게 되지만 지도나 나침반이 있다면 사는데 중요한 수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같은 물을 마시더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벌이 마시면 꿀이 되듯이 같은 사주라도 삶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점장이라면 어떨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르긴 해도 뭔가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 때문이리라 보인다. 그들은 만일 사주가 안 좋아서 삶이 어렵다고 한다면 아예 체념해 버릴 수도 있고 사주는 좋은데 중간에 안 좋은 변수로 인해 힘든 거라고 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 본다면 사주팔자란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도 같다.
일단 사주를 보고 현재 하는 일과 사주와의 관련성 내지 만족도를 보고서 사주에 맞지않는 일을 해서형편이 힘들다면 이럴 때엔 사주와 어울리는 일을 한번 시도해 보도록 제안해볼 필요는 있으리라 보인다. 나의 경우 사주에는 '문필가'라고 나온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글쓰기와는 별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오다 몇 년 전부터 취미생활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20여 년 전에도 글쓰기를 해 봤는데 글 쓸 때의 만족은 세상 어떤 일보다 컸다고 생각된다.
한보철강의 정태수 회장이 사업을 하기 전 세무공무원 시절 한 번은 종로의 유명 점술가 '백운학'을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백운학은 정태수에게 "당신은 사업을 하면 크게 성공한다"는 말을 했다. 그 후 한번 더 찾아갔을 때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하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나는 과거에 사주란 걸 믿지도 않았고 사주는 마치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미신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간은 한 가지씩은 남들과 차별되는 특성 즉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재능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라면 재미로 라도 사주를 공부해 보는 건 나름 의미 있는 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