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 사이트에 작가로 등록을 해서 에세이를 올린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번 글은 400번째 글이다. 제목을 뭘로 할까 하다가 제법 거창하게 뽑아 보았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다.
大統領이란 모든 이의 로망인 동시에 '毒이든 聖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자격으로 헌법에 꼭 명시했으면 하는 게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兵役을 반드시 필할 것"이다. 따라서 여성도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군에 가서 직접 총을 들고 나라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말만이 아닌 몸으로 진정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 앞에 군림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마음을 가진 자는 임기를 마친 후 감방에 갈 확률 또한 매우 높다.
그럼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갖춰야 할 역량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리더십, 두뇌, 포용력, 유연성, 소신, 식견, 국가관, 세계관, 진실성, 예지력 등이 떠오른다. 혹자는 대통령은 자질이 뛰어나지 않아도 참모가 유능하면 된다고 한다. 참모의 자질이란 게 중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참모가 암만 뛰어나더라도 리더가 그 참모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어찌 보면 그게 진정한 리더의 몫일지도 모른다. 역대 대통령 중 한 명은 유능한 경제수석에게 경제의 전권을 주면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다. 경제가 무척 어렵던 1980년 초 당시 물가가 잡히며 월급쟁이들이 살기 제일 좋은 때가 그때였다는 말도 있다.
대통령의 임기는 현재 5년 단임제이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을 바꾸고 국가를 크게 발전시킬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면 처음 1년은 업무 파악, 그 다음 몇 년간 뭘 좀 하려 하면 곧 레임덕이 온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일로 시끄러워진다. 그런 점에서는 단임제보다 중임제가 낫지 않을까 싶다.
역대 대통령들의 면면을 보면 고졸부터 박사까지 또한 변호사부터 군장성까지 다양하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이 되기 전 했던 일이나 학력 혹은 학교성적 등과 대통령으로서의 역량과의 관계는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편 그다지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머리로 혹은 세부적이고 복잡한 일을 하기보다 그런 일은 참모에게 맡기고 자신은 큰 그림 속에서 교통정리를 하며 최종적인 결과로 평가를 받는 사람인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이나 스케일 자체가 커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경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최고 통치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얼음처럼 냉정하고 때로는 용광로처럼 뜨거워야 한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나 자신은 그다지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생각은 지금껏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정치인이란 사람들 중에 진실함과 올바른 품행으로 존경심을 받았던 경우를 익히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先公後私란 말은 요원하기만 하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대통령 중에 끝이 좋았던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임진왜란 때 임금이란 자는 바로 옆 나라 일본이 쳐들어 오는지도 모른 채 타고난 무능을 권위로만 덮으려 하다 그 대가를 백성들이 대신 치르게 하였다. 백성들은 자기들을 버리고 혼자 夜半逃走한 왕을 보면서 궁궐을 불질렀다. 평소에 헛권위나 부리던 왕은 비참한 모습으로 끝없는 도주행군을 했고 무기력한 관군이 연전연패를 거듭할 때 일반 백성들은 호미와 곡괭이를 들고 죽음을 불사하며 싸웠다. 1592년 5월 23일에 일어난 임진왜란은 1958년 12월 19일까지 약 7년을 끌고 끝났다. 종전의 이유도 전쟁을 일으킨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고마운 죽음 때문이었다.
이처럼 통치자가 무능하면 나라가 어찌 되는지 알 수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이 자신이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고 한다. 어느 나라이든 유능한 통치자가 국가 발전에 미친 영향은 무척 심대하다. 가족들과 캄보디아 여행을 할 때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가이드가 설명하길 9세기에 건설된 '크메르제국'은 300년간 꾸준히 성장해 12~13세기 수리야바르만 2세와 자야바르만 7세 때 최고 전성기를 누렸는데 주변국가들을 거느리며 큰 영화를 누렸다고 한다.
기껏 '킬링필드'로 알려진 가난하고 초라한 나라가 한 때는 그런 떵떵거리던 시절까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우리도 역사적으로 강성했던 때에는 훌륭한 통치자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무능한 인물이 설치며 국민을 우롱하고 나라를 망치면서도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를 경우 그 대가는 죄다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