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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장애인이었다면?

by 최봉기

나는 사지가 온전한 데다 키도 평균 이상은 되고 허우대도 멀쩡해 남 앞에 서서 말을 하거나 면접을 보거나 맞선 자리에 가도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일은 거의 없다.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이며 겉모습은 포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사회생활에서 외모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외모와는 별개로 신체에서 각 기능을 차지하는 부위만을 놓고 볼 때 만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거나 발이나 손 등에 장애가 있다면 삶이 과연 어떠할까? 인간의 장기도 거래가 되기에 각 장기들의 단순 합계만 해도 수십억에 이른다. 눈 하나의 가치가 얼마에 이를지 모르지만 시각의 장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란 건 과연 돈으로 환산이나 할 수 있을까?


만일 내가 장애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처음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한탄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차츰 현실을 받아들이며 온전치 않은 몸으로나마 할 수 있는 것들에 하나씩 노크를 했을 것 같다. 시각장애인이라면 그림은 그리지 못 하지만 연주나 노래는 가능하고 청각장애인이라면 음악은 어렵지만 미술, 스포츠 혹은 문학과 관련한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몸의 일부가 비정상적이어서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지만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야말로 장애인 앞에 놓인 가시덤불일지 모른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기 위한 대안으로 장애인들끼리 짝을 짓는다면 어떨까? 보지 못하는 사람과 듣지 못하는 사람이 만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서로 부족한 곳을 메워주며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청각장애자는 시각장애자의 눈이 되어 주고 시각장애자는 청각장애자의 귀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기에 그러하다.


사지가 멀쩡하고 청각이나 시각에 하자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나 감각기관에 대한 고마움이 장애인만큼 간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장애인들은 신체나 감각기관 나아가 세상에 대한 고마움이 누구보다 크고 감수성 또한 예민하기에 문학이나 예술 혹은 연구 관련 부문이라면 비장애인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헬렌켈러' (1880 ~1968)는 생후 19개월 되던 때 '뇌척수막염'으로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났지만 대신 시각과 청각을 잃었다. 하지만 7살 때 만난 가정교사 시각장애인 엔 설리번의 도움으로 비장애인도 가기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을 졸업하였다. 그 후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 사회복지시설의 개선을 위해 앞장섰고 소외계층의 인권을 위해 사회활동을 펼쳤다. 그녀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본의 재일교포 야구선수 '장훈'은 어린 시절 화상으로 인해 오른손에 장애를 입게 된다. 일반인도 아닌 야구선수에게 있어 손의 장애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조선인 차별까지 함께 이겨내고 결국 성공한 사람이다. 한때 팀동료였던 백인천의 말에 의하면 그는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이 자는 꼭두새벽에 속옷 바람으로 숙소 마당에 나가 바람을 가르며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한다.


장애가 없는 멀쩡한 사람이 어찌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치 양부모가 있는 유복한 집에서 자란 사람이 고아원에서 자란 사람의 고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사람들과 경쟁해서 성공한 사람이라면 한마디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장애자란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길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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