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각 분야에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인정하는 一流가 있는 반면 '하빠리'라고 하는 이류와 삼류가 있는데 이들을 통칭해서 無名이라고 한다. 연예인과 운동선수에 정치인, 사업가를 포함해 소설가와 시인 그리고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일거수일투족에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지는 게 일류라면 가족이나 지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게 무명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최저 연봉이 50만 불인 반면 마이너리그는 최고가 5만 불이며 라커룸과 식사 및 이동시 교통수단 등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으니 일단 성공하고 볼 일이다.
그렇다면 재능면에서 일류와 무명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가수들을 보면 노래실력은 별로인데도 자신의 곡이 히트를 치면서 졸지에 스타가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라면 한마디로 재수로 일류가 되는 경우 일지 모르지만 히트곡을 받는 것도 재능일지 모른다. 영화배우의 경우도 연기력은 별로인데 외모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어찌 보면 외모가 실력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일류로 대접을 받는 스타들 중에는 오랜 기간 무명이었던 경우가 더러 있다. 코미디언중에서 고인이 된 '이주일', 가수 '설운도'와 '최성수', 영화배우 '독고영재' 등이 그러하다. 고인이 된 미국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은 약 30여 년간을 영화배우로 늘 二流였지만 정치가가 되면서 일류로 변신한 특별한 경우이다. 레이건은 영회배우 시절 미남에 화술도 좋고 리더십도 뛰어났지만 그러한 것들은 배우의 재능이라기보다 정치인의 재능이었던 모양이다.
만일 내가 무명이었다면 어땠을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데다 수입도 적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 처지라면 아마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하고 절망적인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또한 무명이 갑자기 유명해지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하는 일에 재능이 있다고 느끼고 또한 그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설령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끝까지 해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날이 올지 모른다. 만일 성공을 못한다고 해도 실패한 삶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추신수'라는 프로야구의 슈퍼스타는 미국에 가서 성공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7년간 연봉 1,370억 원(주 약 3억 원)의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전에 그가 했던 비참했던 생활을 알지 못한다면 그 성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추신수는 자녀 포함 네 식구가 월 100만 원을 받으며 같은 팀의 세 세대가 한 집에서 함께 월세로 사는 생활을 했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자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때 그의 아내는 꿈을 이루러 왔으니 운동에만 전념하라고 하며 끝까지 그를 믿어주었다. 만일 그의 아내가 징징대는 스타일이었다면 아마도 귀국해서 시골의 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코치 정도 하며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설운도의 경우 부산 밤업소에서 오래 무명가수 생활을 했는데 당시에 생활이 너무 힘들고 갑갑하여 절벽 위로 올라가서 바닷물에 몸을 던져 버릴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때까지 해놓은 게 너무 아까워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한다. 그 후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 처음 출연해 '잃어버린 30년'을 부르며 세상에 이름이 드디어 알려지게 된 것이다.
無名이란 말은 세상에서 기장 갑갑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유명해진 사람들 중에서 한 때 무명의 시기를 거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위공무원이나 판검사, 변호사들도 한때는 고시원에서 잠을 줄여가거나 혹은 시간을 쪼개가며 성공을 위해 사투를 벌여온 사람들이다. 성공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모든 無名이 짊어진 동일한 현실적 조건이라면 하나같이 성공에 대한 보장을 부여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의 그날까지 앞만 보고 끝없이 노력한 자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자격이 있으며 이와 더불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