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구를 세상의 어떤 스포츠보다 좋아하며 현재 10개의 프로야구팀 중에서 부산이 연고인 롯데자이언츠의 狂팬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나의 출생지가 부산이기에 그러하기도 하지만 과거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故人이 된 최동원이 혼자 4승을 거두고 우승할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하기에 그러하다.
부산이란 도시의 景氣는 자이언츠팀의 성적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球都로서 지역의 특성상 자영업자가 많아 자이언츠팀이 잘할 때에는 국제시장 등에서 장사를 하던 이들이 가게를 배우자에게 맡기고는 택시를 타고 사직구장으로 향하면서 택시 영업이 우선 활기를 띤다. 게다가 관중들이 경기장에 맥주에 치킨과 족발 등 먹거리를 사들고 들어가 주변 노점상과 편의점 매상이 크게 는다. 또한 시합에 이기는 날엔 사직구장 주변의 호프집을 비롯한 술집이 붐비며 2차 노래방에서까지 응원가인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터져 나온다.
이렇듯 부산은 야구의 열정이 강하며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는 홈팀이 진 경우 관중수가 급감했던 다른 도시와는 달리 홈팀이 패한 다음날에도 늘 변치않는 애정을 가진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기에 부산은 한마디로 프로야구의 황금어장이었다.
그런 좋은 여건의 롯데자이언츠가 최근 30여 년간 한 번도 우승을 못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구단 운영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투자했던 금액으로 본다면 적지 않은 규모였지만 작년까지는 이대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이대호는 자이언츠의 수호신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루키들 중 스타 대열에 오르는 선수가 있어야 베테랑들도 긴장하고 신인들도 동기부여가 되며 득점권에서도 골고른 득점이 나와 팀이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대호라는 항공모함으로 인해 다른 배는 군함까지도 통통배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1984년에는 최동원이 우승을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1992년에는 신인은 신인대로 베테랑은 베테랑대로 잘 조화가 이루어지며 우승컵을 안게 되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떠한가? 올해는 모든 조건이 우승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테랑인 전준우와 안치용에다 거액을 받고 영입된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이 제 몫을 하고 있고 신인인 김민석과 황성빈이 공수 양면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한 에이스로 부상한 나균안 외에 시즌 초반 주춤하던 외국인 투수 둘과 박세웅, 한현희도 드디어 자신의 몸값을 하기 시작했다.
만일 내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라면 어땠을까? 나는 야구가 아닌 축구의 지도자였던 히딩크의 리더십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히딩크가 변화시킨 팀의 색깔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출전 기회와 보상이었다. 과거 기존 멤버 중심의 주전 구성은 신인들에겐 죽음이었다. 또한 학연 중심의 주전 구성 또한 팀 발전을 저해해 온 좋지 못한 관행이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외국인 지도자였기에 이러한 것을 과감히 탈피할 수 있었으며 그전까지 주목을 받지 못하던 뉴페이스가 선발에 대거 합류하며 팀기여도를 올렸고 신구간의 경쟁 속에서 팀의 활력이 넘쳤다. 그 와중에 과거 이름도 듣지 못했던 한 무명선수가 윌드스타로 부상했는데 그가 바로 박지성이다.
현재 감독인 서튼도 외국인 감독으로서 변화와 혁신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그는 이제 한국야구를 제대로 이해하며 최근 선발투수의 조기 교체와 투수 로테이션의 변화를 비롯 도루와 더블스틸 등 디테일을 잘 가미하며 득점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승률을 올리고 있다. 현재 감독이 유의해야 하는 게 있다면 무리한 출장으로 인한 부상선수의 방지와 조급함을 떨친 여유로운 경기 운영 정도가 아닐까 한다.
봄에만 반짝했다고 해서 '봄데'라고 불린 롯데자이언츠는 현재 아예 다른 팀이 되어있다. 올초만 해도 자이언츠는 승률이 여전히 낮았고 상위권에 오르리란 예상을 했던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만일 롯데가 올해 우승을 한다면 아마도 부산이란 도시에 에너지가 충만해질 뿐 아니라 그동안 몇 개의 팀이 우승을 나눠 가지던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희망과 변화가 오리라 예상된다.
과거 고교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70~80년도에 우승을 한 학교는 그해 입시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야구를 관람하고 응원하느라 공부에 다소 소홀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전교생과 졸업생들에 교사까지 하나로 단합해 모교가 우승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사기를 올려줘서 그런 것 같다. 마찬가지로 만일 롯데가 올해 우승을 할 경우에도 부산 시민들과 롯데를 아끼고 응원해 주는 전국의 狂팬들의 성원이 모아지며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