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을 거꾸로 하면 '통기레쓰'인데 '쓰레기가 쏟아진다'가 난센스 퀴즈의 정답이고 실패 끝에 뭐가 있냐 하면 '성공'이라 하지만 난센스 퀴즈에서는 '실'이 정답이다. 이렇게 반대되는 말이 세트로 만들어져 나온다. 생명 반대는 죽음, 합격의 반대는 낙방, 결혼 반대는 이혼이다. 어찌 보면 세상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모여 나름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곳인지 모른다.
고인이 된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쿠데타를 일으키고 내세운 혁명공약의 첫째가 "반공을 국시로 한다"였다. 과거 여수 순천 사건 때 남로당 간부로 체포되어 죽음의 문턱에 갔던 그였기에 극단적인 변신을 한 것이다. 그는 당시 군 내부의 좌익 명단을 죄다 알리고 그들을 사지로 내몬 다음 자신은 극적으로 살았다. 그리곤 18년간 통치하며 늘 강조했던 것이 "꺼진 불도 다시 보자"와 "자수하여 광명 찾자"였다. 박정희가 쿠데타 직후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등 과거 주먹들을 잡아들여 포승한 채로 "나는 제1공화국의 깡패였습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서울 시내를 행진한 후 결국 사형을 사켰는데 유지광만 사형자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박정희 자신은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좌익 동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유지광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악행은 우두머리 이정재와는 무관하고 모두 자신이 한 것이라 실토했기에 의연함을 박정희가 높이 산 것이라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주먹계의 대부 스라소니 (본명 이성순, 1916~83)은 일당백의 주 먹꾼이었다. 평안도 신의주 출신으로 만주 일대를 주먹으로 호령했다고 하고 월남하여 이 와룡 등과 함께 명동을 무대로 활약, 동대문 이정재로부터 돈을 뜯어내다 그 부하들에게 린치를 당하고는 주먹계를 은퇴했다. 그 후 그는 개신교에 귀의하여 영락교회에서 장로까지 지내다 별세하였다. 주먹으로 살던 자가 신앙에 귀의한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성서에 의하면 바울이란 사람은 예수의 제자가 되어 전도를 하다 처형을 당하는데 그도 그 전엔 크리스천들을 잡으러 다녔던 사람이라고 한다.
삶에는 이렇듯 극단적인 유형이 나름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있어 신기롭다는 생각이 든다. 성서에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구절이 있다. 사랑을 할 바엔 아예 싫은 인간을 사랑해 버리면 마음속 깊은 곳에 서 자신을 괴롭히던 증오감이 사라지고 참된 평화가 찾아올 것 같긴 한데 그런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보복정치를 하지 않았던 유일한 인물이 DJ였다고 한다. 자신을 죽이려까지 했던 자들을 포용해준 걸 보면 그 사람도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한 전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이 관련된 만행을 덮어두고 눈을 감았다. 이 두 경우도 극과 극이긴 한데 암만 봐도 조화가 되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