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사는 건 늘 파도타기와 같다. 한번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오면 잠시 있다 밀려 나간다. 만일 파도가 밀려오기만 하고 밀려 나가지 않는다면 육지는 바다로 바뀌어 버릴 것이다. 세상의 일도 잘 될 때가 있으면 그 반대도 있다. 일이 계속 잘 되기만 해도 문제, 계속 안 되기만 해도 문제이다. 전자의 경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보면 뒤에 크게 무너질 위험이 상존한다. 후자의 경우 계속 일이 안 풀리면 의욕을 상실하고 자칫하면 저 세상에 먼저 가는 수도 있다. 결국 일이 잘 풀릴 때, 즉 업과 안 풀릴 때 즉 다운이 시시각각 교차하며 나름 안정적인 삶의 항해가 이루어지게 된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한때 고시란 목표를 향해 도전할 때가 있었다. 고인이 된 한 전직 대통령도 5수 끝에 사법고시를 합격하며 과거 힘든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고시에 네 번씩 낙방했을 때엔 삶 자체가 고통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모든 걸 이겨내고 성공함으로써 그의 삶은 달라졌다. 실패를 거듭하여도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과정상 괴로움을 참아낼 수라도 있으련만 기약은 없고 불과 몇 점이 모자라 불합격하니 한해 더 하면 되겠지 하고 했다가 또 몇 점 차이이니 사람이 환장하게 되는 노릇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고시에 10여 년간 매달리다 결국 포기한 사람을 보았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로 업은 없이 계속 다운 행진을 지속하는데 간혹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장애자가 되는 사람도 나온다.
1977년 복싱 세계타이틀전 중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시합이 있었다. 29전 전승 100% KO율을 자랑했던 알폰소 자모라와 45전 전승에 44KO로 98% KO율이었던 사라테가 붙어 결국 자모라가 14cm의 팔 길이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4라운드에 KO로 패하는데 그 뒤로 그는 패배 행진만 하다 은퇴한다. 이렇듯 승리의 단 맛만 경험한 사람에게 한번 패배는 곧 종말로 다가온다. 만일 자모라란 선수가 중간에 한 번씩 패배를 경험이라도 했다면 그렇게 처절한 결과를 맞이하진 않았지 싶기도 하다.
인생에서는 성공이란 걸 제대로 맛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반엔 좌절의 처절한 순간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경험은 그 자체가 거름이 되리라 본다. 사업을 하며 인생 초반 즉 30대 초중반에 성공했던 사람들 중에서는 그 후 삶이 반대로 꼬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성공은 했지만 성공의 참 의미 그리고 성공한 후 이를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일찍 성공하다 보니 더 멋진 성공만을 꿈꿨을 수도 있다. 그러다 삶이 한방에 무너져 버리게 되는데 재기를 하면 다행이지만 재기란 것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만만치 않은 인생 항로에서 늘 닥치는 시련을 맞이할 때 이 시련을 넘기면 다음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시련 다음에 또 시련이 올지 기회가 와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계속 시련이 올지언정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며 사는 것은 그리 나쁜 태도는 아니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