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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2. 2022

유행

인간은 먹고 자면서 생활한다. 일반 짐승들은 매번 똑같은 걸 군말 없이 먹지만 인간은 아침에 먹었던 메뉴를 똑 같이 점심, 저녁때 먹을 경우 지겹고 계속 반복될 경우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메뉴를 바꾸기도 하고 계절별로도 별미 음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봄엔 도다리, 가을엔 전어, 복날엔 영양탕이나 삼계탕, 추운 겨울엔 따끈한 국밥, 동지엔 팥죽 등. 한때 시내 곳곳에는 찜닭 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는데 지금 그 유행도 한 풀 꺾였다.


먹는 것 외에도 옷, 머리, 신발, 자동차까지 취향이 다양하며 시시때때로 유행이란 바람이 불기도 한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땐 월남 바람이 불어 월남치마가 유행, 1970년 중반에 미니 스커트 선풍이 일 때에는 다리가 늘씬하건 땅딸하건 살벌한 치마를 입고 다녀 길에서 경찰이 자로 스커트 길이를 재며 단속하기도 했고 장발이 유행일 때도 풍기문란이라 하여 단속을 하기도 했다. 지금 시각으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남들이 뭘 새롭게 시작하면 누군가 따라서 하고 그걸 보고 너도 나도 하면 한 순간에 유행이 되어 버린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70년대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기타, 청바지에 생맥주가 유행이자 대학생들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고 자기 계발을 하는 곳이건만 힘든 입시 후 낭만을 즐기는 곳이 된 듯한 생각이 든다. 당시 대학생들은 초중고생들 상대로 과외를 하며 주머니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그런 낭만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었는지 모른다.


유행은 뒷골목에도 있는 듯하다. 한때 놈쌍들 사이에서는 침을 이빨 사이로 물총처럼 가늘게 분출하는 고도의 기교를 부리는 유행도 있었다. 주먹은 다음이고 일단 얄궂은 그들만의 공인된 침 뱉기 기술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독창적인 문화였다. 그 외에도 문신과 함께 배에 칼로 그린 자국이나 담배로 지진 자국 등을 보여주며 극도의 혐오감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저질 문화도 있었던 듯하다. 1964년 나온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는 건달 두수 (신성 일분)가 유행을 선도한다. 짧은 머리에 청바지. 당시엔 청바지가 지금처럼 흔했던 때가 아니었다. 따라서 영화를 찍기 위해 청바지를  홍콩에서 특별히 수입했다고 한다.


한때 80년 초엔 남자들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던 파머 머리를 하던 게 유행이 되기도 했었다. 그 후에는 지금까지도 젊든 나이가 들든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것이 유행되기도 하였다.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 사학과 교수인 친구가 금강산 관광을 갔는데 북한 안내원이 "교수님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남조선의 저질 문화에 대해 어드레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만일 우리가 어렸을 때 그런 옷을 입었다면 아마 정신병자 소리를 들었을지 모른다. 똑같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지만 인식 체계가 시기별로 그리 차이가 나는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 교수 친구 말에 의하면 과거 역사 유물 중 한자로 써진 병풍 등 유물을 보면 시대별로도 유행하던 서체가 있기 때문에 그 유물의 시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유행은 남녀노소와 놈쌍, 선비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이유가 인간들은

늘 새로운 뭔가를 찾는 본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즉, 늘 똑같은 걸 하다 보면 싫증이 나서 새로운 뭔가를 찾으려는 심리적 반작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예시했던 유행 중에는 사회에 긍정적인 혹은 위화감을 주는 유행이 섞여 있다. 게다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석도 각기 다르기도 하다. 나는 약간 보수적이라 미국에서 도입된 청바지라는 의복은 꽤 긍정적으로 본다. 저렴한 가격으로 오래도록 아무데서나 편히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어 그러하다. 하지만 일부러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이유는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들이 한다고 별 생각도 없이 무작정 하는 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남이 죽는다고 따라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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