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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3. 2022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주 3인

과거 TV 토론 프로그램 '시사토론' 등에 자주 나왔던 인물들이 어느덧 사라지고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 외에는 은퇴를 하였다. 내가 TV에서 계속 뵙길 희망하는 인사 몇 분이 손봉호, 김동길, 박찬종과 같은 분들이다. 이들 원로들은 지금까지 나라가 혼란할 때마다 정신적인 지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왔던 분들이다. 이분들은 인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과거에 꽤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나 자신도 그렇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성향이 조금은 보수적으로 바뀌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싶다.


김동길 교수의 경우 1980년대인  50대 때 신문에 기고하거나 강연했던 내용과 최근 유튜브에서 말하는 내용을 비교하면 놀랍게도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전두환에 대한 내용이 그러했다. 자신이 직접 정치활동을 해보고 나서 그리된 건지 연로해져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과거에는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을 인간으로 취급도 하지 않았건만 인제는 지인처럼 얘길 하고 있다. 사실 5공 시작 직전 그는 지방에 강연을 하러 갔다 바로 연행되어 갖은 고생을 하였다. 그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도 그 비판의 강도가 달라졌다. 그는 박정희 시절 유신체제를 비판하다 긴급조치에 걸려 서대문 형무소에 구속도 되었고 자격 정지로 교수직 박탈도 되며 생고생을 했다. 탄압도 받고 고생을 몸으로 했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 사실 더욱 진솔하고 거부감이 없다. 지금도 교도소 갔다 왔다는 걸로 유세 부리는 정치인들을 향해 자신도 그리된 적은 있지만 암만 정의를 부르짖었다 하더라도 교도소를 간 것은 뭐가 부족해서 간 거지 그걸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하였다.


박찬종 변호사는 80년도 인권변호사로 국회의원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독재 정권에 맞서 저항을 하다 고생도 꽤 하였다. 유튜브에서 했던 얘길 들어보면 5공 초기에 민정당에서는 그를 경상도 지역을 이끌 정치지도자로 영입하려고도 하였고 장관으로 모시려고도 했는데 그는 모두 고사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정국에 대해서도 갖은 쓴소리를 쏟아붓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명쾌하게 풀이하고 나름 대안을 제시하는데 왠지 세상은 딴판으로만 간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 나와 3김시대 청산을 부르짖기도 하였는데 3개의 고시를 모두 통과한 수재답게 언변에 거침이 없고 논리적 사고나 대안 제시를 보면 그를 따를 정치인이 없어 보인다.


손봉호 교수의 경우 강직한 지식인으로 정의와 약자 편에 서서 늘 해박한 지식과 분명한 논리 그리고 일관적인 태도로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 오셨던 분이다. 20여 년 전 나는 개인적으로 그분께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내가 보낸 이메일 내용은 "선거철이라 선거는 해야 하는데 표를 찍을 후보자가 보이질 않는데 어찌해야 합니까?"였는데 그는 "귀하와 같이 한국 정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선거는 꼭 하셔야 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가 TV에서 했던 말 중에는 "법은 약자를 보호해 주기 위한 것인데 실제로는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있다"라고 하였다. 네덜란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이자 지식인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는 했던 말을 늘 실천하는 몇 안 되는 지식인중 하나란 점이다. 그는 사망 시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데 이미 서명한 사람이며 목사들의 목사직 세습과 소득세 납부에 대해 각각 No와 Yes로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목사들 중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참 전부터 그가 한국의 교회를 향해 내뱉던 쓴소리가 기억난다. "현재 교회는 돈이란 우상을 숭배한다."


이상 20대 때부터 나의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원로이자 정신적 지주 세 인물에 대해 스케치해 보았다. 세상은 갈수록 물질적, 자기중심적이며 혼탁해진다. 하지만 위의 세분의 말을 접하노라면 이내 머리가 정리되고 나 자신과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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