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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3. 2022

인간의 관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태어 나서 어릴 적부터 골목에서 그리곤 학교에 가서 또한 졸업 후에도 인간들의 집합체인 사회란 굴레 속에서 지내게 된다. 어떨 땐 인간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일이 싫어져 혼자 있거나 혹 혼자 산다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지만 고독하게 지내는 일도 부대끼는 것 못지않게 힘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 간에는 학연과 함께 지연이란 게 있고 개인적으로는 친구, 경쟁자 그리고 적 등의 관계도 형성된다.  


한때 육사 11기 동기였던 전두환과 노태우는 친구였다. 전두환은 박정희와의 특수관계로 동기중 먼저 장성이 되었고 노태우는 전두환이 맡던 군내 보직을 이어받으며 결국 같은 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정치적으로 적대적 관계가 되어 노태우는 백담사로 전두환을 보내는데 정권이 바뀌며 결국 함께 청송교도소로 수감되어 다시 같은 교복을 입고 지내다 얼마 전 비슷한 시기에 황천길로 떠났다. 이들의 관계는 육사 동기→동지→ 후임자 →적 →수감동기 →황천길로 중간 과정을 제외하면 동기로 시작하여 동기 및 같은 황천길로 끝나게 되었다.


이원규의 소설  '마지막 무관 생도들'에는 조선이 일본에 의해 군대가 해체되자 당시 2년제였던 대한제국 무관학교가 폐지되고 44명 조선생 도들은 일본 육사 예비학교로 편입된다. 이중 지청천을 포함 4명만 독립투쟁에 가담, 퇴교자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친일 길에 올라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해방 후 창군 원로의 대접을 받는다. 


44명의 생도들은 일본 육사 예비학교 2년과 3년으로 편입되는데 1년 후 한일 합병이 되자 이들 중 몇몇은 아오야마 묘지에서 통곡을 하며 결정적인 때가 오면 독립운동에 나서자고 결의를 한다. 1914년 일본 육사 지청천, 홍사익, 이응준 등 무관학교 상급생 13명이 일본 육사 26기로 졸업, 소위로 임관되며 1916년 지청천은 만주로 도망가 신흥 무관학교 교관이 된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지청천은 결정적인 때라 판단했는데 홍사익과 이응준은 후일을 도모하자며 거부하였다. 1931년에 지청천은 한국독립군 총사령관이 되고 1941년 홍사익은 일본군 소장으로 진급한 후 해방이 되어 A급 전범으로 필리핀에서 처형, 이응준은 미군정 국방부 고문이 된 후 1948년 육군 참모총장이 된다.


여기서도 대한제국 무관학교 동기 3명의 관계를 보면 동기에서 항일과 친일로 바뀌며 한 명은 독립군 총사령관, 한 명은 전범으로 처형, 또 한 명은 일본군 대좌(현 대령에 해당)에서 대한민국 군대 창설 시 참모총장으로 명암을 달리한다.


일본이 조선을 손에 넣었을 때 항일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우익, 좌익, 중도로 다양하였다. 우익의 대표적인 지도자가 이승만과 김구 포함 조병옥, 신익희 등. 좌익에 박헌영, 김일성과 김원봉, 중도에 여운형 등. 일제 강점기 때는 조국 해방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건만 해방 후엔 정치권력을 두고 서로 죽이고 살리는 관계로 바뀐다. 같은 동지였지만 정적이 되면서 한쪽은 통치자 다른 쪽은 피통치자로 또한 한쪽은 가해자 다른 쪽은 피해자로 관계 자체가 180도 바뀌어져 버린다.


현재 대선주자로 나온 두 사람은 나름 국가 발전을 부르짖고 다닌다. 대선에서 한 명은 승자, 다른 쪽은 패자가 되는데 과연 이들의 관계 설정이 어찌 될는지가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다. 한쪽은 현 정부의 비리까지 덮으려 할 것이고 다른 쪽은 샅샅이 뒤져 법적인 조치를 하려 할지 모른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지네 당한테 유리하게만 법을 적용하고 지네들 잘못은 덮으려 한다면 계속 뒷걸음질 아니면 제자리걸음이 되지 않겠는가? 관계는 늘 변하는 것이란 걸 똑바로 인식하고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올바르고 후회 없는 처신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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