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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3. 2022

어느 소년의 사랑이야기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어쩔 수 없나요. 미소를 띄워봐도 마음은 슬퍼져요 사랑에 빠진 나를 나를 어쩔 수 없나요. 인생의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나머지도 나의 것은 아니죠. 그대를 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니까" 1982년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앞 다방에서 많이 들었던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란 노래이다. 가사 내용을 보면 소녀에게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아쉬움과 그리움을 가지며 산다는 내용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담고 있지만 제는 그러한 감정이 왠지 덜 공감이 가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은 겪는 홍역과도 같은 일이 첫사랑일 것이다. 홍역이야 예방주사라도 있지만 첫사랑엔 그런 것이 없다. 제는 내가 아닌 우리 자녀(혹은 손자 손녀)들이 그런 일로  마음의 상처나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딱히 답이 없다. 애들한테 이성을 만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돈이 될만한 상대를 골라서 만나라고 할 수도 없다.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을 하게 된 상대가 돈까지 잘 벌어오면 좋긴 하겠지만 잘 사는 것도 못 사는 것도 어찌 보면 자기 字가 않겠는가?


사랑이란 감정은 무척이나 순수하며 또 한편으로는 독선적이기도 하다. 특정 이성이 마음에 들어올 경우 어디 홀린 사람처럼 그 사람의 모든 게 좋아 보이고 그 사람을 위해서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자신이 흠모하는 상대방을 혹 마음에 두고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을 경우 그에게는 말 못 할 적대감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행여나 자신의 흠모 대상이 그 누군가와 애정이 싹트기라도 할 경우 그들 사이에 균열이라도 생기길 기원하며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목 터지게 열창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자신의 사랑의 감정이 화산처럼 폭발할 때 상대방은 그러한 감정의 일부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행히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할 경우 교제가 시작되어 인연이 되면 부부가 되기도 한다.


환갑을 앞둔 지금 나이에 20대 때의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왠지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혹자는 "안 이루어진 사랑이 아름답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 말의 의미에 수긍은 간다. 그러한 맘이 있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이란 걸 하게 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평생 순수함만 동경하며 살 순 없다. 현실적인 삶의 기반이 확보될 때 가정이 유지되고 행복이란 것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첫사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한쪽에서 순수하게 사랑을 고집한다고 하여도 상대방은 현실적인 조건을 더 중시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걸 욕할 수만은 없다.


미혼인 20대 때 사랑의 추억이란 삶의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한 사람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걸 하고 나서 보면 통열했던 사랑도 삶의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내가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도 나를 만나기 전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했었던지도 모르며 나와 같은 戀의 아픔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플레이보이였던 '카사노바'도 그리된 이유가 자신이 경험했던 쓰라린 실연의 상처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은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남녀 간의 관계에도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일지언정 끝은 좋아야 두고두고 사랑의 추억이 베어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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