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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4. 2022

오염되어 가는 세상

대한민국이 산업화가 되면서 처음 나온 용어가 '스모그 현상'이었다.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와 안개가 합쳐져 푸른 하늘이 회색 잿빛으로 되는 걸 의미한다. 그 이후 새로운 관련 용어들이 나왔미세먼지, 초미세 먼지까지 등장하였다. 과거 농사를 지으며 살 때에는 걱정도 안 했던 일이었건만 인제는 창문도 함부로 열지 못하는 세상이다. 이뿐 아니다. 지하철을 타면 지하의 공기가 잘 소통되지 못해 늘 공기 상태가 좋지 못하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지하철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고까지 한다.


과거 IMF 금융위기 때 당시 임기말이던 고인 김영삼을 두고 빗대어했던 말이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줄여 통일을 앞당겼고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을 일시에 폭락하게 하여 서민들의 주택구입 및 재테크를 통한 재산 증식을 용이하게 했으며 공장들이 문을 닫게 하여 공해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공장들이 폐수를 마구 버리기도 했던 모양이다. 무능하단 말을 들었던 지도자를 비꼬아 냉소적으로 이런 식의 우스꽝스러운 칭찬을 한 것이다.


대학시절 환경학 개론 시간에 담당 강사는 핵잠수함의 오염 관련 얘기를 들려주었다. 핵잠수함은 핵폐기물을 배출하므로 핵잠수함이 해안가로 온다는 정보가 있으면 해변가 주변의 주민들이 그 정보를 미리 접수하여 그 지역에 들어오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다고 한다. 환경오염 문제의 경우에도 일단 의식 수준 자체가 높아져야 대응이 가능하며 인간이 살면서 접하는 기타 다양한 유무형 환경 관련 문제의 경우에도 폭넓고 깊이 있는 의식 수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환경오염에 관한 얘기였고 그렇지 않은 오염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핸드폰 보급으로 공공장소에는 소음이 난무한다. 핸드폰은 유선통신과 비교할 때 아무데서나 통화가 가능하여  그 편리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어떨 땐 과거 공중전화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편리함에 도취한 나머지 공공장소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제멋대로 전화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고문이 따로 없다. 문제는 한심하게도 전화를 큰 소리로 오랫동안 희희낙락 거리며 지껄이는 사람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짓을 하겠는가?


남을 의식하지 않는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이밖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출이 심한 옷들, 야구경기장에서 시합 도중 그라운드에 침을 마구 뱉는 경우 등.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는 길에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 꽤 큰 액수의 벌금을 낸다고 한다. 기본 에티켓이란 윤리나 도덕을 기본으로 하는데 그걸로 통제가 되지 않는 경우는 법적인 제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남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붓는 경우도 일종의 오염이 아닌가 싶다. 대화를 하면서 주장이 너무 일방적인 경우 상대방이 그 얘기를 계속 듣고 있기에도 부담이 된다. 특히 스스로 머릿속에서 결론이 나있는 내용을 반복해 내뱉는 경우는 대화가 아니라 주입 내지 세뇌에 가깝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5공 때 '땡전뉴스'라는 게 있었다. 9시 시계가 땡 하면 9시 뉴스 화면에 전두환이 나왔다. 당시에 언론은 권력의 시녀였고 독재자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마구 담아내기에 바빴다. 민주화 이후에도 언론 보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집권여당에게 유리한 보도가 더 많이 보인다.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생각들이 활발하게 교류되고 보다 나은 대안들이 나올 수 있길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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