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연기자만 보이지 감독은 자막에 이름만 나오고 만다. 하지만 똑같은 영화라도 감독이 누구인가에 따라 영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스토리만 볼 경우 그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초보 관객들은 단지 주연이 악당을 무찌르거나 혹은 역경을 극복하고 복수를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 위주로 감상을 한다. 따라서 영화를 총지휘하는 감독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별 관심도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관객이라면 스토리야 어차피 정해진 것이기에 영화를 볼 때는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 음향 및 장면별 구성과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 등을 꼼꼼히 살피고 감상하며 스스로 영화의 평가위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영화감독의 모습은 각종 스포츠의 감독과도 매우 흡사하다. 야구감독은 시합 전 상대편 투수에 따라 타자 및 타순을 결정한다.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공을 치고 달리거나 혹은 공을 던지고 수비를 하지만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묵묵히 지켜보며 특별히 중요한 상황이 올 때만 작전지시를 한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게임에 이기고 우승을 하는 경우 선수들이 잘해서 그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선수들의 플레이 속에는 감독의 철학과 스타일이 숨 쉬고 있다. 또한 우승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씩 하는 감독은 지도력이 탁월한 감독이다.
영화나 스포츠에는 감독이 리더로서 팀을 이끌지만 조직마다 존재하는 리더는 조직의 생사를 손에 쥐며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과도 같다. 리더라면 우선 편협함이나 독단을 물리치고 포용력과 철학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불만 없이 최선을 다해 일하게 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직의 경쟁력은 극대화되기 어렵다. 또한 리더라면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흔히 말하는 지능이나 학력도 있겠지만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리더는 각 구성원의 지능이나 학력을 하나로 모으고 재편성하여 조직의 지능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내가 리더가 된다면 어떨까? 냉정하게 판단컨대 나는 리더가 될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 이유는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한술 더 떠서 나의 주장에 반박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을 포용할 정도로 가슴이 넓지 못하다. 하지만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색깔로 조직을 이끄는 일이라면 헌신을 다해 몸을 불사를 용의는 있다. 남을 리드하려면 자신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도 살리고 남들의 개성을 함께 살리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도 나올 수 있다면 나름 멋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