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인 6월 10일에 발표된 1,071회차 로또 1등 당첨자는 5명인데 1명당 약 51억원의 당첨금액을 받게 되었다. "만일 내가 그중 하나였다면?"하고 생각해 보니 갑자기 별별 생각이 머리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2등은 당첨 금액이 약 5,200만원인데 금액이 무려 100배나 차이가 난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노력에 따른 보상의 차이도 아닌 단지 재수인데 "과연 2등 당첨자보다 1등 당첨자가 나은 건가?" 아니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결국 "돈이 인간의 행복에 어느 정도까지 기여하는가?" 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살지 불행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고 길어야 백 년을 산다는데 그동안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되기만 해도 완전한 의미의 행복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돈 때문에 생기는 불행은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건 아니기에 진정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고도 진지하게 강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리고, 가보고 싶은 곳을 여행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몰며 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걸 위해 필요한 돈은 행복과도 어느 정도 관련은 있을지 모른다.
반면 "그러한 것을 할 수 없다면 과연 불행한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조경이 잘 된 저택에서 좋은 음식 그리고 좋은 음악과 함께 그림이나 글쓰기 혹은 작곡 등 창작 혹은 독서나 영화감상 등 진정 만족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축복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건 현대판 귀족의 삶이다. 그러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재벌 정도를 포함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그런 호화로운 생활을 생각해 본 일 자체가 별로 없다. 그다지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은퇴한 이 나이에 그나마 할 일이 있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일이 없는 날은 마음에 맞는 이들과 점심이라도 함께 하고 시간 날 때에는 내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옮겨보는 것도 나름 행복한 생활이라고 느끼곤 한다.
만일 내가 졸지에 로또에 1등 당첨되어 갑자기 50억이 생긴다면 어찌 될까?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마음을 먹는다면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온갖 종류의 것들을 몰래 또한 미친 듯이 해보려 할지 모른다. 대한민국 최고 미인들이 있다는 강남의 텐프로라는 고급술집에 가서 최고급 양주와 샤넬 5 향수냄새에 취하고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떠나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며 마치 나 자신이 환생한 듯한 착각 속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날뛸지 모른다. 이러한 풍조는 한때 강남에 아파트 투기가 붐일 때 일어났던 일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슬슬 돈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마치 마약중독자가 금단현상을 느끼듯 몸을 뜨는 추한 모습도 연출될 것이다.
현대사회가 창조해 낸 돈이란 怪物은 마치 놀이기구처럼 똑같은 인간을 저 높이 들어 올렸다가 저 아래로 내려놓기도 하고 마치 요술방망이처럼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돈을 손에 넣기만 하면 마치 인간의 정체가 달라지는 듯한 기분을 갖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 또한 이에 일조하고 있다. 이렇듯 세상은 바뀌는지 모르지만 그다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요즈음 세상에 과거 선비의 淸貧한 삶과 의로운 일에 뜻을 굽히지 않는 지조를 얘기한다면 진부한 사람이 될지는 모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돈이 암만 장난을 치더라도 인간 본연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현재보다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