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껏 사업이란 걸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적은 있고 대기업에서 18년간 근무하면서 경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긴 했다. 월급쟁이 시절엔 사실 사업가가 부럽긴 했지만 봉급생활자가 辭職書를 내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어지간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니다. 또한 회사문을 박차고 나간 이들 중에 성공하기보다 "차라리 월급이나 받고 살 걸"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결국 회사란 온실을 벗어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세상에 막상 나가면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오도록 하는 건 그다지 만만한 일이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업가들은 사고방식이나 스케일 면에서 봉급생활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월급쟁이는 조직에 충성하고 실무자로서 상사가 지시한 것들을 확실하게 처리함으로써 좋은 고과를 받고 진급을 하면 되는 사람이기에 회사가 인수합병이 되건 적자가 나든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반면 대표이사의 직함을 가지는 사업가는 직원을 뽑아 그들에게 급여와 상여금을 주면서 법인세를 내는 사람이다. 따라서 고과란 게 따로 없고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비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회사를 유지하며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게 사업가 버전 고과이자 진급인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창업자는 계속 勝勝長久만 해온 것 같지만 공히 사업을 시작할 때 실패의 경험이 있다. 어찌 보면 초반의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그들로 하여금 경영에 눈을 뜨고 제대로 된 사업가가 되게 한 쓴 藥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사업가였다면 어땠을까? 봉급생활자와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뿐 아니라 성취감을 가지며 뛰었을 것 같다. 연초가 되면 한해의 사업계획을 짜보고 그때그때마다 계획한 것과 월별 내지 분기별 실적을 비교하며 마치 해군 제독처럼 군함을 이끌고 항해를 해나갈 것이다.
사업의 경우 경제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일 때에는 모르지만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 사태 등 예상치 않은 위기가 닥칠 때에는 비상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배로 물이 들어오며 배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에는 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배위의 물건들을 하나씩 바다로 던져야 하는데 그러한 결단을 내리는 것 또한 사업가이다.
사업가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경영상 이슈 가운데 하나가 勞使문제이다. 나는 사업가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노조가 회사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걸 약간 부정적으로 본다. 근로자는 회사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대충이 아닌 최선을 다해 일할 의무가 있고 자신이 기여한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동시에 있다. 따라서 현장의 안전문제나 시설의 노후화 등 개선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언제라도 회사에 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리하거나 터무니없는 요구라면 자제해야 할 것이다.
회사의 고용주나 피고용주 할 것 없이 회사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도산할 경우에는 공히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정치의 민주화나 경제의 선진화로 인해 근로조건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경영자와 같아질 수는 없다. 만일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이상적인 대안이 있다면 사측에 요구만 할 게 아니고 자신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 보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야구의 감독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유사한 데가 있다고 한다. 각 파트별 소리를 한데 잘 조율하고 박자에 맞춰 멋진 앙상블을 만드는 게 지휘자라면 타선과 수비위치별로 선수들을 선정하고 상황상황에 맞춰 작전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게 야구 감독이다.
경영자도 역할면에서 이 둘과 유사한 데가 있다. 가용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 및 통제함으로써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경영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영자라면 무엇보다 종업원들이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하며 모든 걸 바쳐 일해 회사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크지 않던 회사에 입사해 열심히 일해 국내 최고의 회사가 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대표이사에까지 올랐던 한 인물은 '월급쟁이의 신화'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결국 대통령에까지 오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