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추구'와 '불행과의 거리두기'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불행을 차단한다고 행복이 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한다고 매달리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행복이란 正品이 아닌 모조품 내지 유사품이 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불량품이 되어 불행으로 끝나기도 한다. 따라서 '불행의 차단'이란 것도 어찌 보면 '행복의 추구' 못지않은 의미를 가질지 모른다.
한때 美貌로 인기 절정이던 여자 연기자를 5살 연하의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누나, 누나"하며 좋아하다 결혼하겠다고 하자 부모는 반대하였고 여자의 엄마도 관상을 잘 본다는 어느 스님에게 두 사람의 사진을 보이자 대뜸 "둘은 맞지가 않아. 결혼하면 둘 다 죽을 수도 있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남자는 자신의 손목을 自害까지 하며 부모로부터 결혼승낙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그 후 둘은 운동선수인 남자의 몸상태가 좋을 때까지만 해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 같더니 남자가 갑작스러운 어깨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면서부터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둘은 자녀만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 비통한 스토리에서 보면 남자는 결혼하겠다고 할 때 결혼에 대한 진지하고도 냉정한 고민이 부족했는지 모른다. 결혼 당시에는 상대가 인기절정이던 미모의 톱스타였고 자신도 잘 나가다 보니 그녀와 함께하는 삶 자체가 무지개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가 꿈꾸던 행복은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추락의 나락 속에서 그는 자신의 처지를 만회하기 위해 발버둥도 쳐봤지만 여전히 브라운관에서 인기를 이어가는 아내와는 달리 世人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둘 간의 不和는 깊어지며 결국 破局으로 치닫게 되었다.
세간의 이목 속에서 결혼했다가 이혼으로 끝난 또 하나의 씁쓸한 스토리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딸이 그를 경호하던 평범한 집안의 남자와 친해지며 결혼 선언을 한다. 당시 여자 집안뿐 아니라 남자 쪽의 반대에도 둘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다. 남자는 여자보다 화려하지 않은 집안 배경에 명문 언론재벌가인 손아래 동서의 그늘에도 가려 처가에서 늘 외톨이 신세였고 그 와중에 여자는 천문학적인 유산을 부모로부터 받으며 결혼 전의 순수함은 오간데 없이 현실적인 태도로 돌변하며 결국 행복을 꿈꾸던 둘은 파경을 맞이한다.
위의 두 가지 사례 공히 청춘남녀가 집안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서로의 사랑을 모티브로 하여 승선했던 행복의 유람선은 거친 풍랑 속에서 좌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만일 좀 더 무난한 상대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면 화려한 조명은 받지 않더라도 나름 아기자기한 행복을 느끼며 살았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의 불행은 미리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암만 인간 그 자체가 집안배경이나 현실적인 조건보다 소중하다고 하지만 처한 현실의 골이 너무 깊다 보면 이를 극복하는 일도 만만치만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늘 무한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에서는 불행과 거리를 두는 것도 행복추구 못지않은 의미를 가짐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