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궁극적인 목표가 幸福이란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행복은 과연 소유할 수 있는 것일까? 행복이란 마음속 깊이 기쁨 혹은 만족스러운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이해되건만 주식이나 비트코인 혹은 부동산과 같이 거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모르지만 다가올 세상에서는 인간의 행복도 스왑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나쁜 거래라면 모르지만 남에게 행복을 주고 자신도 그 행복을 받는 형태라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든다.
대학 1학년때 정독했던 에릭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라는 책에서는 무엇이든 자기 걸로 소유하고자 하는 유형의 인간과 존재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사하는 두 가지 상반된 유형의 인간을 매우 자세히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자가 알렉산더대왕, 칭기즈칸 등쳐럼 갖고 싶은 거라면 뭐든 손에 넣으려 했던 사람들이라면 후자는 예수나 공자 혹은 석가모니 등과 같이 주머니에 소유한 동전 한 푼 없이도 늘 세상을 가슴에 품으며 수천 년간 인류의 존경을 받아온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幸福이란 건 만일 소유하고자 한다면 손에 쥐는 순간 증발해 버리는 드라이아이스와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남녀 간의 사랑의 경우도 서로 알게 되면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함께 자고 싶은 것일지 모르지만 그리한다고 상대방이 자기 소유물이 되는 건 아니다. 또한 共有物이 되지도 못한다. 그 이유는 인간 자체는 육체로 되어 있지만 정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사랑을 소유하려 한다면 사랑의 대상인 인간은 물질로 전락해 버릴지 모른다. 물질로 전락한 인간이라면 살 수도 팔 수도 있고 이용해 버린 후 버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남녀를 떠나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모가 자식을 낳아 평생 먹이고 재웠다 해도 자식을 소유할 수는 없다. 자식이 사랑하는 이성을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고 할 때 부모가 반대를 할 경우 부모의 권위로 결혼을 못하게 할 수도 있지만 자식이 끝까지 하겠다면 암만 부모라도 강요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은 아닐 뿐 아니라 성인이 된 자녀라면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할 권리와 책임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라도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은 所有할 수는 없건만 성취 혹은 쟁취할 수 있는 건가? 성취한다는 건 소유와는 달리 노력을 통해 이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행복을 성취해서 누린다는 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한 만일 노력 없이 거저 갖는 행복이라면 이는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부나 명예나 사회적 지위 등 현실적 조건은 행복 그 자체는 아닐지언정 행복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며 이러한 것들을 성취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행복은 쟁취할 수 있는 것인가? 혹자는 사랑이나 자유도 爭取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행복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타인으로부터 빼앗는 행복이라는 것은 행복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행복은 애써서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살면서 느끼는 것이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정직하게 또한 기쁜 마음으로 살거나 '험한 세상의 다리'와 같은 존재라고 느낄 경우 누구나 喜悅을 느끼는데 그게 곧 행복이 되는 것 아닐까? 또한 누군가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상대도 그런 마음이라면 그것 또한 행복이라 사료된다. 어떤 복서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챔피언이 되어 행복감에 도취할 경우라도 그 행복은 영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유할 수도 없다. 어찌 보면 그 행복은 머지않아 다음의 챔피언에게 넘겨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