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갈수록 자기중심적이라 혹 손해 볼 일이 있으면 미리 몸을 사리기 일쑤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보면 바람직할지라도 자기에게 피해가 올 경우 이를 수긍하기보다 "왜 하필이면 난데"식이 되기 쉽다. 간혹 남다른 시민의식으로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에 대해서도 공감은커녕 큰 관심도 두지 않는다.
사실 자기 일만 하며 산다면 편할 뿐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욕먹을 일도 없다. 매달 빠듯하게 사는 서민들의 눈에 부유한 지역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골프도 즐기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사실 그 정도 수준의 삶을 사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상위 몇 퍼센트에 불과한 상류층이다. 만일 그러한 엘리트들만 사회에 있다면 힘든 농사는 누가 짓고 더러운 쓰레기는 누가 치우며 범법자를 검거하는 위험한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사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잠도 못 자면서 힘들게 일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뻔지르한 자격증이나 학벌이 떨어지기에 그런 일이나 하며 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남들이 꺼려하는 어려운 일을 하는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사는 사회의 온갖 일들은 하나하나가 나름 관련성을 가지므로 현재 자신과는 무관해 보이는 남의 행복 내지 불행도 향후 자신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어떤 부자는 흉년이 되어 헐값에 나온 땅은 사지 않았다고 한다. 먹을 양식이 없어 自求之策으로 땅까지 팔고 거지가 된 사람들의 재산으로 쉽게 부를 키우다 원성을 사면 자칫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올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또한 그 부자는 흉년에 굶주리는 이들에게 자신의 곳간을 털어 양식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그들이 다름 아닌 삼백 년간 12대가 부자로 지내온 경주 최부자집 사람들이다.
삶의 수준이 놀랄 정도로 향상된 지금이지만 손해라면 티끌만치도 보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 남들이 값비싼 청춘을 걸고 수행하는 군복무를 교묘하게 피하며 대신 고시나 자격증을 통해 출세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도 그중 하나이다. 이런 떳떳하지 못한 이들이 법조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되는 경우 이들이 과연 공인으로서의 미션을 가지고 사회나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을까? 이런 이들은 결국 권력에 빌붙어 비리나 저지르다 형집행을 당하기도 한다. 이렇듯 손해보지 않고 잔꾀나 부리다 보면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故人이 된 나의 한 지인은 개인사업을 하며 일이 잘 될 때엔 근사한 집을 하나 짓기도 했는데 그 후 상황이 어려워져 결국 사업을 정리하고 가진 재산을 탕진하자 배우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우리 이제 이혼해"였다. 그 후 가정파탄은 면한 채 전세를 떠돌며 지냈는데 대출을 받아 임대한 상가가 공실이 되며 그는 매달 이자압박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몇 푼 벌려고 주야 가리지 않고 일하던 중 야근을 마치고 오던 그는 집 앞에 쓰러져 있었다. 늦게 그를 발견한 가족이 병원에 급히 이송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눈을 감은 채 삶과 이별하게 되었다. 그의 배우자는 간호사였고 은퇴 후 연금도 꽤 받으며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생활 이상은 하며 지냈지만 정신적 고충을 느끼던 남편을 위로하기보다는 자신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며 계속 남편을 괴롭혔던 모양이다.
위의 몇 가지 경우를 떠올려 보니 인간은 한 번씩 약간은 어리석기도 하고 손해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티끌만 한 손해도 보기 싫어하며 이익만 챙기다 보면 자칫 예상치 못한 큰 화를 입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이웃을 내팽개치고 이들을 상대로 자기 이익이나 취하려 했다면 전설의 경주 최부자집은 300년은커녕 30년도 못되어 滅門之禍를 겪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