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暮가 되면 찬란한 일출을 보러 가는 차들이 동해안 쪽 속초나 강릉 혹은 정동진이나 울진, 영덕 등으로 몰린다. 바다가 아닌 산 위에서 보는 日出은 웅장하지는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계란 노른자위 같이 생긴 해가 산봉우리 사이에서 올라오는 걸 보면 은근히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해안과 반대편인 서해안 쪽에서 보는 해 질 녘 日沒도 일출 못지않은 장관이다. 주변이 온통 불그스레 지며 마치 영화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해가 뜨고 지는 모습에 비교해 본다면 첫 울음소리와 함께 인간이 세상에 나올 때엔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찬 찬란한 日出의 모습이라면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날 때는 노을이 지는 日沒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럼 日出과 日沒 중에서는 과연 어느 쪽이 더 의미로운 것인가? 일출은 희망을 안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기에 더욱 대단해 보이는 반면 일몰은 찬란했던 모습이 곧 사라지기에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른다?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이는 존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인생은 어차피 영원하지 않기에 희망과 기대로 시작하여 자신을 마음껏 불태운 다음 '모닥불'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그 재는 하나의 거름이 되어 다른 생명을 자라게 할 뿐이다.
종교에서는 내세를 통해 현세의 의미를 잠시 지나가는 곳으로 축소한다. 하지만 현세에 제대로 된 의미를 부여한다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현세에서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열정을 마음껏 불태운 다음 아름답게 사라지는 건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저 세상의 일보다 더 소중하다는 생각도 든다.
길지도 않은 삶을 살며 온갖 탐욕 속에서 삶의 의미조차 음미하지 못한 채 목적을 위해서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재물에 목숨을 걸다 세상 떠날 때 가지고 가지도 못할 것들에 올인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면 허무함이 밀려올지 모른다. 이러한 수단적인 삶에 목을 매었다면 자신의 주변에 얼쩡거렸던 이들도 자신이란 인간 그 자체보다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것들에 목을 매었을지 모를 일이다.
불확실한 망망대해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헤치고 항해할 때 밀려오는 불안감과 허망함속에서 일출의 찬연함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의미로운 게 일몰의 아름다움이란 사실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진정 후회 없는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