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분명 정신적인 존재라 사고팔 수 없다. 또한 인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세상이 物質化되면서 뭐든 돈으로 환산하고자 하는 풍조가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인간의 가치가 年俸 하나로 함축되기도 하며 또한 소유한 재산이 인간의 가치로 둔갑하며 삶 속에서 빚어진 인생관이나 삶의 철학은 뒤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실용적인 걸 추구하는 세상이다 보니 장황한 설명보다 간단한 수치가, 또한 추상적인 설명보다 명확한 근거가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분명 있긴 하다. 이십여 년 전 여중생들이 지하철 입구에서 찹쌀떡을 파는 걸 보며 나는 세상이 한참 잘못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하나는 애들이라고 해서 돈 버는 걸 나무랄 수만은 없다고 했다. "돈 버는데 애가 있고 어른이 있는가?"라는 논리였다. 당시 나의 생각은 암만 그렇지만 논리적 비약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는 돈을 벌어야 할 나이가 있고 공부해야 하는 나이가 있는 것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동물이다. 인간은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勞動이란 걸 한다. 모든 노동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기에 金錢으로 환산된다. 하다 못해 술집에서 남자 옆에 앉아 술을 마셔주는 여자도 마냥 잘 알지 못하는 남자와 농담 주고받기나 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기보다 돈을 벌기 위해 웃음도 팔며 노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가로 요구되는 것이 봉사료, 즉 팁이다. 팁이 따로 없는 경우는 공짜가 아닌 술값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서양사람들은 우리보다 계산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유교적인 질서를 중시해서 인지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대학시절 하숙생활을 할 때 친구가 놀러 와 자고는 아침에 식사를 할 경우 어떤 집은 밥을 같이 먹게 해 주지만 어떤 집은 밥을 주지 않는다. 윌별 내는 하숙비에는 방문자의 밥값은 따로 들어가 있지 않기에 그럴지 모른다. 그러면서 사정이 있어 며칠 방을 비우고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낸 돈의 일부라도 돌려주는 일은 없다. 게다가 방학이라 집에 한두 달 내려갈 경우 학생이니까 별 얘기는 하지 않지만 어떤 집은 방학에도 하숙비를 내고 계속 있으라고 하거나 정 내려가려면 방값을 내라는 말까지 한다. 이렇듯 주인들의 요구사항은 일방적이며 일관성이라고는 없다.
대학생은 나이도 어리고 완전한 사회인이 아니라 그런지 하숙집 주인에게 돈을 내고 생활하는 하숙생은 손님이라기보다 말로는 가족처럼 대한다고 하면서도 주인들이 등쳐먹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숙집들은 하숙비는 꼬박 받아내지만 식사 질은 어떨 땐 형편없다. 만일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주인에게 식사의 질을 개선해 달라고 한다면 물가가 비싸 어렵다는 변명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은근히 하숙비를 올려달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떨 땐 하숙생들이 단체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숙생들이 합심하여 한 끼를 나가서 먹는 것이다. 그럴 때 주인은 혹 전부 다른 하숙집으로 옮길까 싶어 잠깐 며칠간 (특히 하숙비 내는 날 가까이에만) 밥상의 빛깔이 약간 나아질 뿐 하숙비를 받고 난 다음날엔 원래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하숙생과 주인 간 의사소통은 극과 극을 달린다.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논리적인 사고의 결핍, 달리 말하면 계산이 부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숙집은 자선사업이 아닌 장사니까 이윤은 남겨야 하지만 하숙비에 상응하는 질의 서비스는 제공할 도의적 의무가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정해진 하숙 관련 조례라는 게 없다 보니 늘 我田引水격이 된다. 자식 같은 나이의 대학생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말로는 "자식 같이"라고 하지만 연장자라는 비논리적인 무기를 동원해 상대를 짓밟으며 자기 잇속만 채워버리는 인간 말종 같은 짓을 늘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하숙생의 합리적 대안은 방을 구해 자취생활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조리법을 배워 기본 식단을 스스로 해결하고 바쁠 땐 식당을 이용한다면 돈을 내면서 대접도 못 받는 불쾌한 일은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잘못된 관행 중에서 가장 고질적인 경우가 하숙집의 하숙생 처우가 아닐까 싶다. 사회의 약자인 학생을 만만하게 가지고 노는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학생도 나름의 압력단체를 결성할 날이 올지 모른다. 어른도 자신이 학생 때 스스로 당했던 불이익들을 떠올린다면 최소한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앞장서서 하면서 위선자가 되는 누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