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움 속에 감춰진 맛의 끌림

by 최봉기

음식은 인간이 요리를 해서 먹는 것으로 육지를 포함해 강이나 바다에는 온갖 요리의 식재료들이 널려 있다. 세계의 각 지역에는 저마다 각기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지만 동양은 서양보다 식생활 수준이 한 단계 앞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전통적으로 음식을 숙성시켜 먹었기 때문이다. 음식이 醱酵가 될 경우 냄새와 맛이 마치 어린애가 변성기를 거치며 성숙해지듯 화학적 변화를 거쳐 새로운 맛과 향 그리고 영양을 고루 갖게 된다. 대표적 발효음식으로 술과 간장, 된장, 김치 등을 든다.


김치는 배추와 고춧가루에 마늘과 젓갈이 어우러져 오랜 세월 한국인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김치를 담근 후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역겨워지지만 그때부터 토속적인 맛이 나온다. 사람처럼 음식도 제각기 고유한 개성을 가진다. 美食家들은 맛과 향, 특히 감칠맛난 음식을 찾아다니며 삶을 즐긴다. 이들에게 삭힌 홍어는 무척 매력적인 음식이다. 호남에서 잡히는 홍어는 삭혀서 먹기 때문에 입에 넣는 순간 톡 쏘는 맛이 코까지 전달되며 얄궂은 느낌을 주지만 일단 그 맛에 빠지면 마치 마약처럼 食貪을 유발한다. 삭힌 홍어의 깊은 맛을 모르는 사람은 입에 넣자마자 역겨운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홍어의 매력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중국의 상해 등지에서 두부를 튀겨서 만드는 '취두부'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음식이다. 소금에 절여진 후 발효과정을 거치기에 냄새가 고약해진다. 취두부는 식물성 유산균을 다량 보유하며 치매예방에도 좋은 걸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들이 먹는 취두부는 한국인들의 청국장과도 같이 정이 듬뿍 담긴 전통음식이지만 서양사람들에게 그 구수한 냄새는 惡臭가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발효 음식은 냄새가 고약하지만 먹을수록 감칠맛이 있고 또한 물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새 문화유산이 된 발효음식은 언어보다 더욱 강한 同質感을 가지게 한다고도 한다. 특히 발효라는 과정은 인간관계로 볼 때 이질적인 각 개인의 생각과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게 하는 과정과도 같은 것인지 모른다. 처음엔 역겨울지 모르지만 그 단계를 넘어 정이 들면 상대의 허물도 덮어지고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겨 먹어도 물리지 않는 오랜 삶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이러한 醱酵의 힘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면 처음엔 비록 냄새가 코까지 찌를지 모르지만 이내 그 맛에 취해 이끌리는 마력에 푹 빠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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