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담배나 술이라도 없다면?

by 최봉기

愛煙家나 愛酒家라도 담배나 술이 삶에 꼭 필요한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담배나 술은 더러 인간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입에 대기 시작하면 절제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百害無益하다는 담배지만 담배가 꼭 필요할 때도 있긴 하다. 그건 화가 치밀어 오를 때일지 모른다. 비록 골초가 되더라도 남에게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있다면 분명 해로운 담배라도 존재가치는 있으리라 보인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화를 내고서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화만 내지 않아도 성공한다는 말까지 있다.


술의 경우는 어떤가? 살면서 참지 못할 괴로움이 밀려올 경우라면 술이라도 한잔 해야 될지 모른다.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亡然自失한 감정을 가지는 건 아니다. 그럴 때 하소연할 벗이나 이웃이 있으면 좋겠지만 의지할 대상이 없다면 술이라도 마시며 설움을 달래야 할지 모른다.


나도 살면서 괴로움이 밀려올 때에는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아 술과 담배에 의존했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은 미국에서 대학원과정에 있으면서 하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지금은 끊은 지 30년이 지난 담배를 한자리에서 몇 갑씩 피우며 괴로워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독일 룸메이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며 위로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또 한 번은 개인적인 일로 하루종일 번민하다 저녁 무렵 가까운 선배집을 찾아갔는데 그는 초췌해진 나의 얼굴을 보더니 술을 권했다. 술을 마시다 선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이다 컵에 독한 위스키를 가득 부어 원샷하고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 순간 그 고마운 선배는 내가 몸 밖으로 올렸던 걸 치우고 나를 침대에 뉘었는데 30년도 지난 일이지만 감사의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故人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은 몇 대 獨者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하루에 담배를 몇 갑씩 또한 술도 엄청나게 마셨다고 한다. 주변의 후배들은 그에게 "형! 그렇게 술 담배 많이 하면 오래 못살아!"라고 했다는데 그때 그는 "내가 술 담배라도 있으니 이리라도 버티지 안 그렇다면 도무지 살 수가 없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폐암을 앓았고 남들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사망 직전 TV의 금연광고에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여러분! 아직 담배가 맛있습니까? 그거 毒藥입니다. 끊으십시오. 꼭 끊으셔야 합니다."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렇듯 극단적인 상황이 닥칠 때 인간은 술과 담배에 의존하기도 하건만 그럴 경우 감정을 억누를 다른 좋은 대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만일 술과 담배라도 없다면 더 해로운 뭔가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면 담배나 술도 더러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간혹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술이 취해 지하철 승강장 주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면 비록 부축해서 집까지 바려다 주지는 못하지만 그 심정을 이해는 할 수 있다. 나도 살면서 그보다 더한 때도 있었을지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역겨움 속에 감춰진 맛의 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