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세상의 終末이 온다면?

by 최봉기

"내일 세상의 終末이 온다고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5)가 한 말로써 수백 년간 동서양 할 것 없이 계속 회자되고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知的인 면에서 스피노자보다 뛰어났던 철학자는 많았지만 倫理的인 면에서 그를 따라갈 철학자는 없다"고도 했다.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사상은 자유와 코나쿠스(conacus, 힘)라는데 스피노자가 유대교로부터 추방되면서도 자기 철학을 지키려 한 자유에의 의지는 그의 삶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스피노자가 이처럼 自由를 중시한 이유를 음미해 보면 인간에게 있어 자유는 돈이나 능력, 사회적 지위 혹은 명예보다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속적인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누구나 인간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사회에 만연한 범죄나 시기나 모함, 비방 등 비인간적인 모습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돈을 비롯한 각종 이해관계속에서 자유 대신 탐욕을 추구하기에 인간의 삶 자체는 왜곡되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합리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돈'은 衣食住와 같은 기본생활의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며 '사회적 지위'라는 것도 사회적 냉대나 무시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에 결국 돈이나 지위라는 것도 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중요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또한 돈이나 지위는 자유를 지키는 데 필요한 적정 수준이 있다. 돈이나 지위를 과다하게 욕심낼 경우 자유롭기는커녕 도리어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힐 수도 있기에 졸지에 자유가 구속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또한 아쉽게도 삶 속에서 인간이 누리는 자유는 무한정하지 않다. 우선 시간적으로 볼 때 수명이 유한정하고 나이가 많아져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활동이나 사고 또한 제약을 받는다. 또한 암만 돈이 많거나 혹은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도 자유를 사거나 손에 넣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자유는 돈이나 지위보다 분명 소중하며 상위에 있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유한한 삶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분명 부자나 권력자보다 훌륭한 삶이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듯 삶에서 보석보다 귀한 자유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富貴榮華만 쫓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눈을 감을 날이 오면 그제서야 자신의 金銀寶華가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신이 잠시 관리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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