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 의미할까?

by 최봉기

이제 몇 주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인들에게 안부의 글을 담아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보낸다. 누군가로부터 "즐거운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건강과 발전을 기원합니다"라는 짤막한 글의 계절인사를 대하면 언제나 정답기만 하다.


나는 지금까지 예순에 가까운 삶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군복무도 했으며 대기업에서 근무했는데 이제는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 시점에 와 있다. 과거 같으면 환갑 때 잔치를 벌이겠지만 지금은 知天命을 지나 耳順의 나이이지만 겨우 不惑에 이른 걸로만 느껴진다.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만 내가 마흔이었을 때는 불혹은커녕 불혹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지 모른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잘 모르다 보니 기성세대들의 잘못만 눈에 들어와 그들의 인정할만한 치적들까지 깡두리 무시하기 바빴다. 가령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던 '이승만'과 장기집권으로 독제를 했던 '박정희'를 나는 사실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다 현재의 나이가 되자 세상일이란 건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이십 대 때는 젊음의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충만해 있다. 하지만 삶 자체를 잘 모르고 무턱대고 덤비기에 시행착오가 많고 마음고생도 무척 심하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군복무도 해야 하며 객지에서 유학생활을 할 경우 낯선 환경 속에서 외로움이란 또 하나의 불청객을 마주한다. 하지만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한다. 그러한 무모함과 저돌성이 있었기에 나이가 들어 삶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갖는다는 생각도 든다. 만일 편안한 생활을 하며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나이를 먹어도 애어른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먹으면 세상의 이치와 더불어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도 알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다 보니 늘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제는 나보다 나은 이를 인정하고 칭찬하다 보니 마음이 가볍기만 하다. 또한 경쟁심리는 인간을 발전하게 하지만 한걸음 떨어져 삶을 諦念하는 것도 중요한 삶의 지혜라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은 어떻게 세상에 왔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이승의 삶을 정리하고 저승으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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