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夏秋冬의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은 인간의 정서와 사고력을 키우는 데 있어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조건을 가진 나라일 것이다. 四季의 작곡가 비발디(1678~1741)는 계절별 韻致와 변화를 온도나 빛 대신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삶을 음미하게 해 준다.
봄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잠에서 깨어나며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고 여름은 新綠이 푸르름을 더하며 뙤약볕 아래서 곡식이 여물어진다. 그리고 낙엽이 지고 우수에 젖는 가을이 있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찬바람이 부는 겨울로 한 해가 마무리된다. 사계절은 어쩌면 인간이 세상에 와서 왕성하게 활동한 후 은퇴해 삶을 회고하고 노후를 보내다 조용히 눈을 감는 과정과 별 차이 없다.
우스운 얘기지만 路宿者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고 그 반대가 겨울이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 TV에 기침감기 등과 관련한 약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 또한 해가 바뀌는 시기이기에 한 해를 돌아보며 마음을 담은 연하장을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좋은 경우는 계절의 변화에 대해 다소 둔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또는 객지나 군에서 계절이 바뀔 때 느끼는 서늘함은 불행하게도 인간에게 고독이란 선물을 선사한다.
인간은 누구나 알몸으로 첫울음을 터뜨리며 홀로 세상에 와서 저마다 喜怒哀樂으로 얼룩진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후 앙상한 육체를 침상 위에 누인 채 조용히 눈을 감는 존재이다. 시작과 끝이 모두 홀로이고 또한 외롭지만 곁에서 지켜주는 이들이 있기에 고통이 반감된다. 이런 지킴이조차 없는 이들이 孤兒와 死刑囚이다. 사형수중에는 인류가 우러러보는 예수를 포함 정의를 부르짖다 숨을 거둔 안중근과 윤봉길 그리고 조봉암 등과 같은 인물도 있다.
날이 추워질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차가운 공기를 데워주는 난로이다. 인간들 간에도 '벽난로'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포콜라레(Focolare)가 들어간 '포콜라레 운동'이 있다. 포콜라레는 1943년 이태리 북부 토렌트시에서 끼아라 루빅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 가톨릭의 사도직 활동단체이다. 2차 대전 당시 토렌트시가 폭격에 휩싸였을 때 이 운동은 시작되었다. 분열과 갈등으로 휩싸인 세상에서 서로 간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창설된 영성운동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 미국인 주임신부를 통해 포클라레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모임은 '젠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지정된 발표자가 경험한 사랑에 관한 자신의 체험을 말할 때 참석자들은 경청하며 이를 서로 나누는 시간이다.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함께 노래하고 공감하며 힐링을 느끼던 그때의 추억은 마치 추운 날 벽난로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날씨가 추워질 때는 마음이라도 따뜻해져야 하건만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溫情이란 걸 찾기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돈과 향락 그리고 불륜이 판치더니 최근에는 마약과 유아살인까지 버젓이 자행되는 세상이다. 溫情은 남이 아닌 자신에서 시작하여 이웃과 사회로 또한 세계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포콜라레가 이탈리아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또한 가톨릭만이 아닌 모든 종교와 비종교인까지 하나가 되어 전 세계로 전개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