能力만이 능사가 아닌 세상을 꿈꾸며

by 최봉기

신분간 엄격한 차별이 있던 전통사회에서 양반은 집에서 부리는 노비를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어 신분차별이 사라지며 능력만 있으면 과거 노비 집안의 후손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고 과거 대감집 자손도 자칫하면 머슴과 같은 생활을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신분의 빅뱅 속에서 "개천에서 龍난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개천에서 살던 이무기 중에서는 개천에서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올인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의과대나 법대 등을 졸업하여 전문직 혹은 고위공무원이나 법조인이 되며 龍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한때 '열쇠 세 개'란 말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의사나 판검사 같은 전문직 사위를 보려면 집과 사무실 그리고 승용차쯤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남자가 부유한 집 사위가 되면서 차나 사무실 그리고 아파트까지 손에 넣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자기 것이라기보다는 처갓집에서 꾼 빚에 가깝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에 대가라는 걸 치뤄야 하는 것이다. 자기 돈으로 구입한 것들이 아니기에 명의만 자기 것일 뿐 실제로는 죄다 妻家의 소유물이다.


이렇듯 능력 위주의 세상이 되다 보니 인간성이나 품격 위에 군림하는 게 바로 能力이다. 과거 법관 임용 시에도 사법고시 성적과 사법연수원 성적만 고려되었을 뿐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같은 요소는 객관화하기도 어렵지만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화된 사회에서 능력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능력 하나만으로는 안 되는 게 세상이기도 하다.


능력을 갖춘 강자라면 약자를 보호해 줄 도의적 책임이 있으며 갈수록 오염되는 세상을 지키는 첨병이 되어야 하건만 오히려 오염을 가중시키는 주역이 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능력은 정의감과 책임감 그리고 인간미를 수반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건만 그렇지 않은 능력은 자기 잇속만 채우기 바빠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이 국가나 사회에 이로운지 어떤지 여부는 고려대상에서 배제되기 십상이다. 따지고 보면 이완용이나 송병준과 같은 매국노와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와 같은 이는 능력 하나로만 삶을 개척한 인물일지 모른다.


능력만 중시되다 보니 별 우스꽝스러운 일들도 발생한다. 최근 국가핵심 기술인 18 나노디램 반도체 공정정보가 몇백억의 리베이트를 받고 중국에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 피해액만 수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국가의 피해는 고려치 않은 채 자기 자신만 배불리 먹고 지내면 된다는 독단적인 생각에 기인하리라 보인다. 이들이 무능했다면 이런 일에 가담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학창 시절 명문대만 들어가면 성공한다는 생각 속에서 '四當五落'이란 말도 나왔고 오로지 능력개발에만 주력한 결과 당장 이득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近視眼的 시각이 팽배하다. 진정한 능력이란 遠視眼的인 것들과도 결합될 때에야 비로소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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