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앞을 보고 달리지 일부러 뒤로 향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전진 대신 후진을 하는 일도 있다. 과거에는 落第라는 제도가 있어 공부를 못해 낙제를 하면 일 년을 꿀기도 한다. 의대에서도 예과과정을 마치고 본과로 올라갈 때 유급을 하면 1년을 꿀게 된다. 과거 수재들이 모이는 명문고란 곳에서도 성적이 하위권인 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대학시험에 낙방하면 再受란 걸 한다. 남들이 대학생이 되어 멋도 부리고 미팅도 하고 축제에도 참가하며 철학을 논할 때 감옥과도 같은 입시학원에서 일 년 더 지긋지긋한 입시공부를 할 때 갖는 自壞感은 삶 자체를 혐오하게 하기 충분하다.
사업 부문에서도 일이 잘 된다고 자신만만해져서 겁 없이 달리다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온갖 생활용품에는 노란 딱지가 붙는다. 게다가 가장이 형집행까지 받으면 집안은 平地風波가 된다. 이런 식의 수렁에 빠진 사람이 삶까지 포기하려다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일어선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설령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살다 보면 한 번씩은 삶의 늪에 빠져 헤어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예상치 않게 그런 상황에 봉착하다 보면 당혹스럽기만 하고 과격해지기 십상이다. 특히 잘 나갈 때 굽실거리던 이들이 어느 순간 등을 돌리고 자신을 무시하기까지 할 경우 삶 자체에 대한 회의감은 치솟기만 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수렁에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무척 어렵다. 어떻게든 얼른 평상심을 찾고 재기할 방법을 찾아야 하건만 넋두리만 할 경우 수렁은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屈曲의 과정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한번 정도 늪에서 허덕인 경험은 인생을 놓고 보면 소중한 체험도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실패 없이 꽃길만 걸어온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시련이 밀려올 경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 인생에서 한 번씩의 뒷걸음질 쳐본 경험은 백신과 같이 삶의 耐性을 키우는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삶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따라서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를 머금을 수 있고 신나는 상황에서도 비장함을 유지하는 건 삶의 깊이가 있는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모습이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홀로가 아닌 주변의 누군가와 어울리고 의사소통도 하며 지내게 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기에 주변을 둘러보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이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혹여나 그런 마음까지 상실한 冷血人間이라면 세상의 존경과는 거리가 먼 이기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 그러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뒤처진 경험은 필요할지 모른다.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모두 행복할 수는 없다. 또한 살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늘 계획하고 준비하는 삶이지만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칠 경우 늪에 갇혀 세상을 원망만 할 일도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드는 인생이란 드라마의 절정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적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일 것이다. 하늘도 수렁에 빠진 인간이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면 감동하여 묘책이라도 하나 던져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