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에 먹구름이 자욱하다. 각종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한순간 폭발하며 전쟁이 발발하여 어린애와 노인 등 죄 없는 인간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기도 한다. 평화 시기에는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피해를 주어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만 총성이 울리기 시작하면 심지어 사람을 해칠 경우에도 이를 저지하거나 처벌할 수단이 없기에 인간이 마치 파리목숨처럼 되는 無法天地로 바뀐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평상시에는 안정된 삶 속에서 도덕과 인격을 거론하지만 평화가 깨어지는 날에는 오로지 살기에만 급급한 단순한 생명체로 전락하기에 이러한 양극단위에 서있는 인간이란 존재도 허상을 벗기면 별로 즐겁지도 않으면서 웃음을 지으며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삐에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세상에 전쟁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없다고 행복이 거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할지라도 그때부터 국경과 性 혹은 나이나 인종을 초월한 총알 없는 전쟁이 펼쳐진다.
현재 전쟁 외에도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低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와 경제의 활력 저하 및 양극화 확대, 전통적 윤리의식의 붕괴 및 이기주의 확산, 魔藥과 폭력 등 반사회적 행위와 극단적 선택 증가 등이 인류의 파멸을 가져오는 얼굴 없는 침략자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안보의식이 크게 희박해짐에 따라 동족이라곤 하지만 核개발 등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는 적대국 북한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고 오히려 북한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희한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심각한 환경변화에 모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하건만 마치 남의 일인 양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無關心과 이기주의는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아 일가족이 삶을 포기하는 걸 보고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자신이 소중히 모은 재산을 처분해 절박한 이들에게 주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더욱 심각한 건 마음 자체를 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혹여나 비슷한 처지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 번쯤은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며 그런 인간이 사는 곳이 바로 인간이 사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을 모은 재산의 일부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어놓는 이가 나오기라도 해야겠지만 힘든 이웃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검소하고 절제하는 태도도 필요하리라 보인다. 돈이 있는 자가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는 걸 저지할 법적 수단은 없다. 하지만 현재 사정이 빡빡하지 않은 경우라면 여유자금으로 노후준비도 필요하겠지만 기부할 마음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 힘든 시절에는 옆집 사는 이웃이나 자신이나 다들 함께 힘들었기에 함께 어렵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은 아니다. 잘 나가는 이들도 있고 힘들게 사는 이들도 있다. 40여 년 전 대학입시를 몇 주 앞둔 시기에 담임선생님이 했던 말씀이 기억난다. "함께 잘 되어야지 자기만 잘 되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