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향한 쓴소리

by 최봉기

어떤 실패를 놓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자기 탓으로 돌리며 괴로워하는 경우와 변명 혹은 남 탓을 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판단이란 게 상대적이기도 하고 감정이 앞설 경우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후자의 태도는 우선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자신의 탓이 아니라면 우선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령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면 오히려 위로를 받거나 만회할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 게 세상인심이다.


최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졸전 끝에 완패를 당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국민감정이 악화되며 경질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감독에 선임한 축구협회장 정몽규에 대한 비난 또한 거세기만 하다. 클린스만은 사퇴할 마음이 없다고 일축했으며 이전에 먹튀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아시안컵우승으로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는 이번에는 이를 교훈 삼아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번 더 비슷한 변명을 쏟아놓았다. 현실적으로 볼 때 그는 30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남은 2년간 60억 원을 더 받게 되어 있는데 이를 포기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프로축구 구단주 경험이 있는 한 국회의원은 감독을 경질하되 이로 인해 생기는 위약금 60억 원은 임명에 책임이 있는 축구회장 정몽규에게 부담시키라고까지 했다.


클린스만이 지탄을 받는 이유는 감독을 맡고 나서 1년 기간 동안 그가 보여온 무성의한 태도이다. 그는 고액의 연봉을 받고도 재택근무를 한다면서 국내에 머물지도 않았고 국내리그 관전을 통한 유망선수 발굴 혹은 전술 개발 등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유명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꾸려 왔던 게 그가 보여준 모두였다. 그러면서도 마치 영화배우와 같은 미소로 TV화면을 장식했다. 자기가 맡은 팀이 패했을 때에도 그 책임을 상대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던 공격수에게 돌렸다. 패배가 확정된 후에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웃음을 머금고 상대 감독과 허깅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유명 해설가 한 명은 그에게 계속 지휘권을 맡길 경우 월드컵 예선을 포함해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모습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4강에 올려놓았던 명장 히딩크와 무척 대조적이다. 히딩크의 경우도 시작이 좋진 못했다. 특히 강팀과 시합을 해서 5:0으로 패할 때엔 온갖 비난이 그를 향했다. 그럴 때마다 그탓을 선수에게 돌린 적이 없었고 묵묵히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유럽 프로무대에서 활약했던 유명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국내 프로리그를 직접 관전하며 유망주를 발굴해 이들에게 주전 기회를 주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名將 아래에 弱卒이 없다는 말이 있다. 또한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 법이다. 명장은 특히 상황이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한다.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했던 명장 이순신장군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전하! 저에겐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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