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소중한 게 있다면?

by 최봉기

돈이 부족할 땐 괴로운 일이 많아진다. 우선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들이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을 때 값싼 음식을 시장기를 잊을 정도로만 먹고 남들이 유명브랜드의 옷으로 치장할 때 입던 옷이나 빨아서 입으니 거울을 봐도 초라하기만 한 것이다.


이런 식의 불만이 가장 심할 때가 10대와 20대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순대국밥집을 하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여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는 한 젊은이의 고뇌에 찬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알고 지내던 한 여학생이 부유한 집안의 선배랑 술을 마신 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함께 들어가는 걸 보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이별통보를 하고 결별을 선언하는데 사실 그녀의 마음은 선배가 아닌 그에게 있었지만 그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 오해를 했던 것이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남자는 결혼을 앞둔 노총각으로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고 여자는 결혼에 실패해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살려고 남자가 일하는 건축사무실을 찾아온다. 사실 그녀는 첫사랑인 그를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인데 그는 단지 집건축 때문에 온 걸로 생각한다. 그러다 그는 대학시절 자신이 만들어 선물로 준 집 모형을 그녀가 아직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걸 확인하며 자기를 찾아온 이유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과거 오해로 인해 그녀와 결별한 그였지만 그녀의 진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한다.


세상에서 살면서 돈의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돈이 있어야 맛난 것도 먹고 멋진 옷도 입고 좋은 집에서 살 수도 있다. 또한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도 받을 수 없고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돈의 盲點도 알아야 한다.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일도 많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돈을 벌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만큼 돈을 벌기가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돈이 많으면 마냥 좋긴 하겠지만 돈과 어떤 면에서는 평행선에 있는 게 20대 때의 순수함이다. 20대 때는 한 이성을 사랑할 경우 그 사람의 모든 게 아름답게만 보인다. 이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 할 정도로 깨끗하기만 하다. 그러한 순수한 마음만으로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20대 때 그런 경험조차 없다면 그건 인간이라기보다 늑대의 족속에 가까울지 모른다.


김수현 작가의 원작 '청춘의 덫'이란 드라마에서는 두 청춘 남녀가 대학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여 여자가 임신을 한다. 남자는 군복무를 하는 중에 여자는 출산을 해서 양육하며 졸업 후 취업을 하여 가난한 남자의 집에 생활비까지 보낸다. 남자는 전역 후 그녀가 일하는 회사에 취업한다. 그는 힘들게 자란 자신이 출세하기 위한 방편으로 회장 딸과 교제를 하며 마음이 그쪽으로 간다. 그 와중에 그녀가 낳은 딸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떨어져 사망하지만 그는 결국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자 그녀 또한 심한 배신감으로 그 회사 대표의 이혼남인 아들과 다소 의도적인 교제를 시도한다. 결국 그녀는 그 회사 회장의 며느리가 되며 그 내막을 알게 된 회장의 딸은 교제하던 그 남자와의 결혼을 포기한다. 결국 순수한 사랑으로 시작했던 두 남녀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게 된다.


돈은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돈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유익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돈은 인간이란 존재위에 군림할 만큼 대단하진 못하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할 경우 인간은 돈의 지배를 받는 노예이면서도 자신은 돈이 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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