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목표를 가지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저마다 열정을 쏟아붓는다. 성공했다는 이들을 보면 극심한 경쟁상황에서 앞만 본 채 남들이 놀거나 잘 때까지 자기 계발에 매달린 이들이다. 다시 말해서 하루 24시간 동안 잠자고 식사하는 시간 말고는 하는 일에 집중한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성실한 생활을 하여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배불리 먹고살았다면 그걸 보고도 과연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再考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한 번은 눈을 감는데 그 運名의 순간이 되면 사실 성공했다는 사람이나 그랬지 못한 사람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 돈을 많이 벌었거나 명예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들은 가져갈 수도 없다. 다만 한 번밖에 없는 삶에서 남들에게 손 까락 질 받는 삶을 살았다는 얘기는 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인간이 눈을 감는 시점을 알고 산다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혹여나 그리될 경우 세상이 통제불능의 혼란에 휩싸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인간의 자제력이 한계에 부딪히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는데 이는 마치 전쟁으로 생명이 위협을 받을 때처럼 약탈이나 절도 혹은 성범죄 등과 같은 무질서가 줄을 잇는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라고는 없는 막상 세상과 訣別할 순간이 되면 수중 깊은 곳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평화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꿈틀거린다.
요컨대 인간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세상과 결별을 하는 운명 속에서 사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때까지의 모든 상황은 常數가 아닌 變數이기에 시시각각 마음속은 평화롭기가 어렵기만 하다. 사업 혹은 주식으로 대박을 하거나 로또에 당첨된다면 머릿속은 평화로움보다 온갖 욕심과 유혹 그리고 오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반면 재해나 사업실패와 같은 일을 당할 경우 그때까지의 장밋빛 꿈은 사라지고 절망감속에서 머릿속은 어지러워진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현실 속에서 부대끼며 사는 인간이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과 결별할 때가 되면 더는 머리가 어지러워질 일이 없어질 것 같다.
번잡한 세상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절이나 교회에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많다. 절대적인 존재 앞에 무릎을 꿇어 자신의 불안감을 내려놓고 자기와 자기 가족의 안위를 빌며 묵묵히 마음의 평화를 갈구한다. 그러한 태도를 원색적으로 비난할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어진 평화라면 假飾的이거나 혹은 催眠 걸린 평화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런 걸보고 참된 신앙인의 모습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인간은 수명이 길건 짧건 상황변화에 一喜一悲하거나 거만해지지 않고 한결같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다. '空手來空手去'란 말처럼 인간은 빈 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마지막 순간에 어쩔 줄 몰라하거나 한탄하기보다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이는 삶 속에서 가장 평화로운 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을 가슴에 품기 위해(85) '인간이 가장 평화로운 때는 언제일까?'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